2021년 6월 셋째 주를 마무리하며
회사를 실험실이라 생각하는 실험을 시작한 지 2주 차.
회사가 자아실현의 놀이터가 아니라, 그저 나의 생각을 실험해보는 실험실이야 정도로 생각하니 몇 가지 관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1. 이성적인 일, 감정적인 처리
실험실이라 생각하는 순간 일터에서 올라오는 감정에서 한걸음 물러서게 되었다. 약간은 담백해졌고, 조금은 기계적인(?) 마음으로 일을 한다. 내 감정을 배제하자 나의 A 업무가 어떤 부서와 어느 사람의 손을 거쳐 흘러가고 있는지 잘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컨테이너 벨트가 우리들 사이에 늘 존재했던 것이다. 누구에게 일이 떨어지고, 누구에 의해서 일이 정체되고 있는지도 잘 보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컨테이너 벨트에는 A 업무만 흘러가고 있지 않았다. A 업무를 진행하는 나의 즐거운 감정도 함께 흘러간다. 그러나 1 컨펌자의 부담스러운 마음이 얹어지고, 2 컨펌자의 걱정이 얹어지면 업무는 벨트에서 사라지고 만다. 업무에 얹어지는 감정과 감정에 따른 업무의 방향성이 때로는 합리적이지만, 자주 비합리적이곤 한다. 회사는 꽤나 감정으로 움직여지는 곳일지 모른다.
2. 컨펌 치트키의 활용
직장인 연차가 쌓일수록 함께 쌓여가는 능력치가 있다. 바로 컨펌 치트키를 터득하는 것이다.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기획안을 구성해야 컨펌이 나는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훈련된다. 그러다 보면 일을 위한 컨펌이 아니라, 컨펌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꽤 주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회사에 있다 보면 나름의 '정답'들을 가지기 마련이다. 회사에는 컨펌 치트키를 간헐적으로 쓰는 사람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도, 그것이 몸에 베여 컨펌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3. 누구와 일할 것인가
내게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보고, 시도하여 새로운 경험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를 실험실이라 생각하니 실험을 함께 할 동료들을 더 냉정히 관찰하게 되었다. 일을 '자아실현의 도구'로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실험을 진행하나. 연구원으로 함께하기 좋은 사람들은 어떤 캐릭터일까. 나와 팀워크를 맞출 사람들에 대해 상상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4. T 리더와 F 팔로워
MBTI 결과의 세 번째는 T와 F로 나뉜다. 참고로 나는 F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CEO는 T이다. 그가 지금까지 나를 불안해하고, 내게 로직과 체계를 강조했던 이유를 MBTI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일의 방식을 더 유연하게 바꾸고, 일은 팀으로 하도록 개선하고 싶었다. 배민다움을 읽으며 그래 이거지! 하며 무릎을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T 리더가 이끄는 이 회사는 T 유형에 맞춰서 일의 흐름이 짜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회사 조직 체계'와 맞지 않다, 라는 것이 오해로 풀리는 순간이다. (회사는 다 T 스럽게 돌아가고, F는 재미없어하는 줄 오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