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의 실험실

2021년 6월 둘째 주

by 김적당

회사를 나의 실험실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라 생각한다. 일로 '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일이 그릇되면 전쟁에서 진 장군처럼 무기력함과 허탈함에 곧장 빠지고 만다. 패배감에 휩싸인 자격지심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지쳐갈 때쯤, 가까운 사람이 이런 조언을 해준다.


"회사와 너를 동일시하지 마."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내게는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곧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오류가 보였다.


나 = 일

일 = 회사

그러므로 나 = 회사


여기서 오류는 '일 = 회사'이다. 일과 회사는 동일하지 않다. 나와 일은 동일할 수 있으나, 나와 회사는 동일할 수 없다. 마케터는 내게 맞는 업무일 수 있지만 회사의 업무 시스템과 조직 문화는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일이 자아실현의 수단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일은 나를 나타내는 가장 건강한 수단이며, 나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회사가 내게 주는 한계는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회사와 맞지 않다고 해서 창업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한계를 긋는다고 해서 내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회사는 나의 실험실이다. 일이라는 자아실현을 위한 실험실이자, 언젠가 이루게 될 '나의 업'에 대한 테스트 과정이다.


첫 번째 실험이 시작되었다. 회사를 '실험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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