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읽는 마음사전
내가 아는 이츠허밍이라는 아티스트는 무언가 강한 극과 극의 대척점을 가진 사람이다. 강한 사운드의 음악 속에서 여린 목소리의 음색이 뚫고 나온다. 밝은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짙은 슬픔이 가사나 보컬의 감정선에 묻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이질적인 것들이 묘하게 자연스레 섞이면 새로운 매력적인 지점을 만든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을 두고 나를 비롯한 몇몇의 사람들은 '언밸런스가 가진 매력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이츠허밍 : 안녕하세요. 저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기타 중심의 강렬한 밴드 사운드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츠허밍입니다. 반갑습니다!
Q. 6월 29일에 드디어 정규 1집 [마음사전]이 발매되었어요. 그동안 길고 긴 시간들을 지나 정규앨범까지 왔는데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A. 이츠허밍 :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계속 작업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정규 1집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빅 픽처였기 때문에 타이틀 2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싱글로 미리 공개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3~4개월마다 한 곡씩 꾸준히 발매하게 되었고요. 그 와중에 틈틈이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Q. 이츠허밍 님이 그동안 어떤 삶은 살아온 사람일지 너무 궁금해요.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떻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6살 때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오빠가 치는 게 너무 신기해서 호기심에 저도 옆에서 뚱땅뚱땅 따라 치다가 배우게 되었어요. 유년시절에는 부모님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셔서 거의 주말 내내 교회에 살다시피 했는데 언니 동생들이랑 앞다퉈가며 서로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과시하면서 노는 게 최대의 낙이었어요.(웃음)
당시에 저는 악보를 보고 치기보다는 귀로 듣고 따라 치는 게 더 익숙했던 터라 그 당시 유행하고 있는 가요나 드라마 OST, CM송, 심지어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효과음 같은 자잘한 것들까지도 카피해서 쳤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특별해 보이는 능력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작 중요하게도 악보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대학에서 실용음악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그제야 제대로 악보를 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늦었지만 그때부터 피아노와 제대로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뭔가 시작이 남들보다 조금 늦다 보니 방황도 하면서 휴학을 길게 하게 되었고, 인생에서 제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다시 생각해 보다가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끝을 보자! 싶어서 마음의 소리를 따라 졸업과 동시에 상경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혼자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한 거예요. 여러 시도를 하면서 계속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뮬에서 어떤 밴드의 키보디스트 구인광고를 보고 저에게 소개해 줬어요.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호기심에 오디션을 봤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죠. 그 밴드가 저의 전신인 ‘아토믹 밸런스’에요.
사실 이 팀을 만나게 된 건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사건 베스트 5에 들 정도로 그만큼 중요한데요. 제가 어떤 색깔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팀이에요. 짧게 활동하고 다들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덕분에 저는 솔로로 저만의 음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4pcvXDt1q18
Q. 데뷔곡 [그 어느 날처럼 우린]을 2018년 10월 1일에 발표하면서 데뷔했어요. 이 곡은 어떤 곡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온 곡인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이 곡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제가 처음으로 작곡한 곡이에요. 아토믹 밸런스가 해체되고 나서 한창 투잡,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때였어요. 그러다 보니 햇살 좋은 오후 시간대에도 항상 그다음 일자리로 이동을 해야 했었거든요. 걸어가다가 커피숍 안에서 차 한 잔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휴. 그게 제 뇌리에 깊이 박혔나 봐요.(웃음)
그때 ‘오후의 여유로움을 기다려’라는 문장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랐는데 왠지 모르게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옮겨 적었어요. 그땐 그 문장이 제 노래의 가사가 될 거라고 생각은 1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요처럼 짧게 흥얼거리며 녹음했던 휴대폰 음성 메모들과 제 일상의 여러 소중한 경험들이 합쳐져 그렇게 하나의 곡으로 탄생하게 되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hIzJVpSO9Nk
Q. 2019년 3월에 첫 EP앨범 [마음속으로]가 발매됐어요. 이츠허밍이라는 아티스트의 초창기의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이에요. 앞서 싱글로 나왔던 [존재의 이유] 같은 곡은 제목이 인상 깊어요. 이 앨범의 곡 중 가장 추천하는 곡 하나를 골라 소개해 주세요.
A. 이츠허밍 : 질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저도 [존재의 이유]를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참 찌질해 보이는 마음이지만 그걸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큰 공감을 자아내게 되는 곡들이 있어요. 이 곡도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제 감정들이 곡에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지독한 외사랑에 빠져있었을 때의 제 감정을 필터링하지 않고 충실하게 담아낸 곡이라서 발매 당시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는데 훗날 역주행도 충분히 가능한 곡이라고 감히 말씀드려봅니다.(웃음)
Q. 이츠허밍의 목소리는 깨끗하고 예쁜 음색이면서도 곡의 무드와 감정선에 잘 묻어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목소리를 악기로 여기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요. 여리여리한 음색이 강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게 인상적이고요. 최근엔 초창기에 비해 목소리가 더 단단해지고 가창력이 안정된 것도 들려요.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웃음) 싱어송라이터의 ‘싱어’부분에 대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A. 이츠허밍 : 가장 신경 쓰는 건 아무래도 가사 전달과 감정 전달인데요. 초창기에는 그 중요한 부분을 바보같이 녹음을 계속하면 실력이 늘 거니까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녹음을 계속할수록 혼자의 힘으로는 고치기 힘든 치명적인 단점들과 부족한 점들이 계속 꼬리를 물었고, 무대에 서면 떨림이 배가 되니까 정말 속수무책이었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지금의 보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정식으로 노래를 배우면서 점점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어요. 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배움의 필요성이 느껴지면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배워야 해요. 배움은 곧 힘입니다.(웃음)
https://www.youtube.com/watch?v=bXn-iziygrU&t=6s
Q. 정규1집 [마음사전]이 발매되었어요. 김소연 작가님의 [마음사전]이라는 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앨범이에요. 그동안 이 책의 내용들을 테마로 만들어진 곡이 싱글로 발매되며 하나의 책을 완성해보고 있다가 드디어 완결이 났군요.(웃음) 타이틀곡 [마음사전]은 어떤 내용의 곡인지, 작업을 하는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위에서 저는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요. 이렇게만 들으면 4가지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웃음) 그만큼 섬세하고 여리고 상처를 잘 받아요. 그런 내면을 들키지 않으려고 오히려 저의 거친 면을 더 부각시키면서 남들이 절 얕잡아 보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제 마음이라는 친구는 너무나도 변덕스러워요.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들이 하루 종일 비좁은 머리와 가슴을 오가며 이리치고 저리치고 소나기처럼 갑자기 몰아쳤다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손님이 왔다간 텅 빈 방안처럼 다시 조용해지고. 20대라는 불완전한 시기에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허우적대고 있는 저를 돌아볼 여유도 없을뿐더러 그 복합적인 감정으로 얼룩져서 너덜너덜해진 종잇장 같은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마음들을 한 권의 사전처럼 만들어서 이런 감정이 들 때는 이런 노래로 내 마음을 달래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순전히 저를 달래주기 위해 적은 노래가 [마음사전]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mJgceAG8b18
작업을 할 때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9곡의 가사를 적고 멜로디를 만드는 순간은 정말 즐겁고 감동에 벅차서 행복하기까지 했지만 그 곡들을 편곡하고 녹음하고 음원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우리에 갇혀서 매일 끊임없이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와 같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었어요.
모든 곡들에 대해 확실한 편곡 방향이 있었기에 중간에 갑자기 편곡을 갈아엎는다던가 하는 그런 불상사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작업 초반에는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얻기 위해서 연주자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어떤 스타일로 연주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디렉션을 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어요. 저도 연주자의 입장으로 오래 살았던 터라 그 반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지시도 내리던 사람이 내려야 잘하지(웃음) 그런 포지션 자체가 아직 저에게 어색하다고 느꼈나 봐요.
하지만 한 곡 두 곡 함께 작업한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연주자 친구들의 성향이라든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연주 스킬들과 강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서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이렇게 쳐달라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으려고 해요. 전체적인 틀이 잡혀있으니까 틀에 벗어나지 않는 이상 녹음을 자유롭게 받으려고 하는데요. 저는 정말 연주가 괜찮아서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있는데 그 친구들은 제가 아무 생각 없어서 그러는 줄로 아는가 봐요. (웃음) 그런 부분들까지도 계속 호흡을 맞춰 가야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인 것 같아요.
Q. 최근 꾸준히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들을 만들면서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전곡을 라이브 클립으로 만든 RE:sing 프로젝트도 그렇고 커버 곡들도 하나씩 올라오더라고요.
A. 이츠허밍 : 제가 워낙 수줍음이 많은 캐릭터라(웃음) 처음엔 유튜브를 제대로 시작할 생각이 없었어요. 뭔가 너무 복잡하고 막연하게만 느껴졌고 저와는 바이브가 맞지 않은 다른 세계라고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계정만 만들어 놓고 음원이 발매될 때마다 음원만 올리는 식으로만 관리했는데 사실상 방치해 둔 상태였지요.(웃음)
대체적으로 유튜브에는 많은 분들이 주로 커버 곡을 올리잖아요. 저도 커버 곡을 부르고 싶었지만 활동 초기에는 가창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보컬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어요. ‘야, 너두 할 수 있어’ 정신이랄까.(웃음) 내면에서 이제는 해도 괜찮다고 용기가 생기니까 바로 실행에 옮겨지더라고요. 앞으로도 이츠허밍 식의 해석으로 편곡해서 틈틈이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Q. 평소엔 음악 외의 어떤 다른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A. 이츠허밍 : 주로 운동이나 독서를 틈틈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집안일! 집순이기도 하고 깔끔한 걸 워낙 좋아해서 청소를 자주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청소를 하고 나면 뭔가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랄까. 일주일에 몇 번은 제가 직접 요리를 해먹는데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왠지 건강하게 제 몸을 돌보는 것 같아서.(웃음)
https://www.youtube.com/watch?v=8AWGyelnxgE
이츠허밍을 만날 수 있는 곳
이츠허밍 Insta : https://www.instagram.com/hummingthings/
이츠허밍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ummingthings/featu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