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 한수남

by 한수남


당신이 주신 이 어지러움을 감당할 수 없으니

제가 주인이 아닌 겁니다

허둥지둥 눈높이를 끌어 올리려다 우스운 꼴을 당하기 전에

차라리 부수고 말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이 희뿌연 안개를 참을 수 없으니

제가 주인이 아닌 겁니다

쓸데없는 적의로 세상을 노려보다 지치기 전에

차라리 벗어 던지겠습니다.


저에게 꼭 맞는

넓이와 높이와 부피는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걸까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볼 수 있고

추악한 것은 추악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정직하게 노래 부를 수 있는 저만의 렌즈를

등 뒤에 감추고 계신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필자의 안경 (어떤 안경도 이젠 선명하지 않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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