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 한수남

by 한수남

가만히, 라는 말

참 아름다운 이 말이 어느 날

끔찍한 말이 되어 버렸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정말로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있던 아이들

그 착한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바다 속으로 사라진 그날 이후로

나는 가만히, 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네

옆에 가만히 있어 준다는 이 아름다운 말을 만나면

흠칫

그날의 분노에 몸이 떨려오네

가만히, 라는 말 하나가

두고두고 날 울리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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