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속 현실적인 해피엔딩을 찾아

[뮤지컬] 방구석 뮤지컬

by 양수경

작: 변효진

작곡: 양지해

연출: 표상아

제작: 낭만바리케이트

장소: 링크아트센터 드림 드림 4관

일시: 2024.09.29. (일) ~ 2024.12.08. (일)


오늘날의 청년들은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뒤로한 채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 그들을 한껏 사로잡은 꿈들은 수많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여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기꺼이 돌진하는 세 명의 청춘이 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 '지금이', 연극 조연출 '최지현', 그리고 작곡가 '한솔'까지. 자취방에 모여 누가 더 불행한지 대결하고, 각자의 신세를 한탄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자신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방구석 뮤지컬>은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세 인물이 '창작의 산실' 뮤지컬 대회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각자 불행을 딛고 다시 한번 나아가는, '뮤지컬'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현실을 살아가며 울고 웃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전달하며, 사회가 정해 놓은 해피엔딩에서 벗어나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일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이 글에서는 현실의 벽에 맞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전하는 위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현실을 현실답게; 현실을 마주할 용기

사회 초년생에게 자취방이란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 나가야 하는 독립의 상징이다. 자취방에 모인 세 명의 청년 지금이, 최지현, 한솔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독립의 과정 중에 놓여있다. 지금이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으며, 최지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연출할 날만을 고대하며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연출 선배의 온갖 무시와 핍박을 견디고 있다. 그리고 한솔은 가업 대신 음악을 선택했으나 데뷔는 하지 못한 채 작곡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회의 문을 두드리지만, 현실은 매정할 뿐이다.


세 청춘의 이야기에는 현실의 청년들이 겪는 고난의 다양한 유형이 반영되어 있다. 모든 인물이 겪는 갈등의 큰 축은 현실과 꿈 사이의 간극이라고 해도, 각 인물은 저마다의 사연과 각기 다른 갈등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현대의 청년들도 마찬가지인데, 작품은 다양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 낸다. 이때, 몰입할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몰입할 대상의 선택권은 관객에게 주어진다. 지금이, 최지현, 한솔. 세 인물 중 관객은 자신이 경험했던, 혹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특정 인물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고, 결국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극에 더 깊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취준생 시절을 떠올리며 금이에게서, 누군가는 최악의 상사를 떠올리며 지현에게서,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업과 꿈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솔이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겹쳐 보았으리라.


'누가 더 불행할까요'라며 불행 배틀까지 함께하던 그들은 금이의 제안으로 직접 뮤지컬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끊임없는 현실의 벽은 그들을 방해하며, 한 공간에서 함께 꿈을 키웠던 그들은 때론 분열하고 흩어진다. 그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세 청춘은 종국엔 그들 자신만의 뮤지컬을 완성하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벽을 극복해 낸다. <방구석 뮤지컬>은 청춘들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도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결말이 사회가 정해 놓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창작의 산실' 대회 수상을 목표로 했던 셋은 결국 수상에 실패하고, 다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들이 꿈을 이루지 못했기에,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에 '새드엔딩'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 청춘은 모든 갈등을 뛰어넘어 '도전'을 했다. 그리고 포기할 수 있는 용기, 현실을 직시하고 새롭게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원하는 바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청춘들에게 있어 그건 새드엔딩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마냥 이상적인 결말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통해 작품은 관객에게 꿈을 향해 기꺼이 도전할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아무렴, 괜찮다고.


뮤지컬을 뮤지컬답게; 몰입의 극대화

<방구석 뮤지컬>에서는 무대 뒤편에 위치한 두 명의 세션이 실시간으로 악기 연주를 하며 작품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극대화한다. '창작 뮤지컬'을 직접 만드는 청춘들의 이야기답게 극에서는 다양한 효과음이 등장하는데, 관객은 녹음된 음향 효과가 아닌 실제 연주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은 배우의 연기에 맞춰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고, 우쿨렐레 반주를 하며, 때론 트라이앵글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악기의 실시간 연주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일인다역과 네온 장치로 이루어진 무대 배경 장치의 전환은 작품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만들며 코믹함과 극의 몰입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의 전환은 무대 내 단 몇 개의 소품만으로 이루어지는데, 지현이 빨간 모자를 착용하면 솔의 아버지가, 솔이 가짜 수염을 붙이면 지현의 연출 상사가 된다. 물론 관객은 이러한 배우의 전환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작품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데, 이는 배우의 연기는 물론 무대장치 그리고 효과음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솔의 아버지가 등장할 때마다 울렸던 큰 발걸음 소리와 같이 반복되는 사운드를 활용하며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알리고, 지현과 연출 상사의 통화 장면처럼 커튼의 개폐 여부를 통해 공간의 분리를 드러내는 것과 같은 다양한 무대 연출은 관객의 몰입갑을 더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방구석 뮤지컬>은 유쾌한 코미디 속에서 뮤지컬답게 생동감 넘치는 시청각적 연출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하며 청춘의 현실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위로를 전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피엔딩'은 주인공이 목표한 바를 전부 이루고 사랑, 우정, 가족 모두 잃지 않은 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우리의 결말은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기에. 그러나 이 작품은 조금 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결말을 제시한다. 그렇게 관객은 이상을 통해서가 아닌, 그들의 현실 속에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쩌면, 계속되는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작품은 이미 '해피'엔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