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름날 우리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채워준, 풋풋했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정도로 이 영화를 논하기엔 아직 뭔가 부족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 슬프고도 낭만적인 통설이 이번만큼은 틀리기를 간절히 바랐다. 숱한 로맨스 드라마, 영화에서 보이는 흔해 빠진 클리셰가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었던가
안녕, 내 청춘을 채워준 첫사랑
열일곱부터 스물하나, 스물여섯,
그리고 스물여덟까지.
나는 영화 속 두 주인공과 함께 성장했다. 저우 샤오치의 풋풋했던 첫사랑이 어떻게 아프게 끝났으며, 그런 그녀를 어떻게 다시 만나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이별하였는지. 끊길 듯 끊이지 않은 둘의 인연을 바로 옆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
요우용츠의 추억에 비록 자신이 없더라도, 그저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저우 샤오치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름다웠던 기억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 그 사랑이.
수없이 엇갈렸지만, 결국 그들은 연인으로서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실 오래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시작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 사랑의 관계가 연인이었는지, 친구였는지의 차이겠지만.
그리고 그들은 참 예쁘게 연애했다.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며.
그래서 이별이 더욱 와닿았다.
서로 사랑했지만, 과거 선택에 대한 후회는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묵혀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저우 샤오치가 요우용츠를 구하며 다친 이후, 그가 다시는 선수로 복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그 순간 둘은 무너졌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마음 속에 후회라는 감정의 싹을 틔운다.
'만약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를 알아봤다면...'
결국 저우 샤오치는 숨겨두었던, 어쩌면 깊은 곳 자리 잡은 채 그를 갉아 먹고 있던 그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은, 한번 내뱉은 말은 결코 숨겨지지 않았으며 숨길 수 없었다. '후회할까 두렵다'라는 건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렇게 될까 걱정된다는, 만약이라는 가정.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대한 실망이자 비관, 그리고 그 끝에 던져진 의문.
만약, 만약 그랬더라면...
그렇게 '후회'라는 돌이킬 수 없는 그의 한마디가 그녀에게 닿았다. 그토록 원망했던, 그렇기에 도망가고 도망하며 아버지에게서 마침내 벗어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렇게 그들은 이별했다.
알 수 없었다. 뭐가 더 고통스러운지.
아예 갖지도 못하는 것과
가졌다 잃는 것 중에
그리고 저우 샤오치는 요우용츠의 청첩장을 받는다.
15년 전 빛나는 청춘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들은 길고 긴 이야기 끝에 결국 서로를 다시 마주했다. 자주 가던 꼬치집이 결혼 15주년 기념으로 문을 닫았던 그때, 그들이 꿈꾸고 상상했던 미래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그 세월을 고스란히 지나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문을 닫았다. 더이상 그녀의 옆자리는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오늘이 너를 보는 마지막 날이니까'
그제서야 비로소 저우 샤오치는 요우용츠를 '첫사랑'으로서 온전히 추억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마무리를 지었으니, 힘들더라도 이젠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겠지.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그들의 이야기에 마침표가 찍혔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청춘을 가지고 있겠지
요우용츠와 저우 샤요치가 그랬던 것처럼
첫사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잊히지 않는 존재라고 한다. 저우 샤오치에게 요우용츠가 그랬듯, 요우용츠에게 저우 샤오치가 그랬듯. 둘 다 서로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지 않을까, 이젠 추억으로만 남겠지만.
청춘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종종 소중한 존재들과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잃고 싶지 않은 존재들과, 이별해야만 하는 그 순간을.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게 되겠지. 그럼 나는 어떻게 그들을 보내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난,
희미해져가는 그 기억까지도 영원히 사랑해야지.
사랑으로,
사랑을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