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만큼,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도서] 구의 증명

by 양수경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어.

너무나 사랑해서 죽은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내가 살아야 너도 살고

내가 죽어야 너도 죽어.

밖을 봐, 그래야 나도 밖을 볼 수 있어.


죽는다는 게 가벼워지는 거라면,

이제는 죽음이 조금은 덜 두려워진 것 같아.


죽어서도 너와 함께일 수 있다면,

그래서 평생을 너와 함께한다면

아프지 않고 천년만년을 너와 살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니 천년만년 살아 줘



사후세계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건 미지의 영역이니까.

감히 생각할 수도,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죽어서 내가 사랑했던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띠끌만한 욕심도 질투도 없는 세상에서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천년만년 함께할 수 있다면 ...

누군가의 죽음,

나의 죽음조차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우린, 다시 만나면 되니까



구는 왜 구일까

담은 왜 담일까


구가 동글동글해져서 그런가?

아닌데

구가 지구와 닮아있어 그런가?

태어나고, 삶을 살아가다 죽는 것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구의 삶이

그의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

동시에 이제 그만 벗어났으면 싶기도 했고.

그래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담을 만나면 멈출 테니까.

그들은 언제나 함께해야 하니까 괜찮았어.

담은 구를 멈추게 하고,

구는 담을 움직이게 할거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죽어서도 내가 곁에 있음을 잊지 말고 버텨내 줘


네가 살아야,

내가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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