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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ul 15. 2022

[북리뷰] <지적자본론>

이노베이션의 기반이란?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 이정환 옮김 | 민음사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 增田宗昭 는 1951년 출생, 오사카 부 히라카타 시 출신. 일본 전국에 1400여 곳 이상의 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다. 도시샤 대학교를 졸업하고 주식회사 스즈야에 입사해 쇼핑센터 가루이자와 벨커먼스를 개발한 뒤 퇴사했다. 1983년에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열고, 이어 1985년에 CCC를 설립했다. (출처 : 교보문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두고 싶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p.136 <지적자본론>


21세기는 모든 인간이 데이터이자 자본인 시대이다. 수많은 기술이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세상에서 제품의 퀼리티 하나로는 절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은 소비자가 입맛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여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하고, 고객 가치에 부흥하는 도구와 이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제작자의 자유로부터 이루어져야 이노베이션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츠타야 서점 전경 (출처 : Ebetsu Tsutaya Books )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보다시피 소비자들이 공간에 모여 직접 책을 만져볼 수 있는 실물 서점이다. 온라인스토어가 우위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장소를 우선시한 이유는 바로 인간대 인간의 관계, 그리고 편안함 때문이었다.


기획회사 CCC의 CEO인 이 책의 저자 마스다 무네야키가 강조하는 개념은 '휴먼 스케일'이다. 휴먼 스케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모든 사람들에는 고객은 물론 조직 구성원들까지 포함된다.


회의실 의자에 앉아 "뭔가 새로운 것은 없을까?"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그곳에서 탄생하는 기획은 형해화하고 생명력을 잃는다. 현장, 즉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고객의 입장에 서서 정말로 가치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힘있는 기획을 만들 수 있다.
p.14 <지적자본론>

 

그는 항상 현장에서 고객들의 표정을 살폈다고 한다. 영업의 성공 여부에서 사용자의 행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예전보다 커졌다. 지금은 제안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상품과 플랫폼은 이미 시장에서 주류로 굳어진 회사들이 있고, 제조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급되는 상황에서 상품의 개선된 품질이 다른 모든 가치들을 대변해줄만큼 메리트가 되어주진 못한다. 플랫폼마저 넘쳐나는 시대라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가장 이득일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는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추론해야 한다. 제안을 하려면 고객을 알아야 하고, 고객의 생각은 데이터를 통해 추론되기 때문이다. 추론과 파악을 통해 실행된 제안들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기여하게 되고 고객이 더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고객가치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접 관찰한 고객의 표정이나 직접 한 대화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힌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츠타야서점은 '접객 담당자(Concierge)를 배치하기도 했다. 또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실제 공간이 구축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곧 거대한 오픈소스 데이터의 장이 된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공간의 존재는 고객 파악이 한결 쉬워진다는 점전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나아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고객이 물건을 사는 곳이다. 따라서 어떠한 결정이라도 고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독선적인 의견일 뿐이다. 예전의 서점은 고객이 책을 요구하면 가져다주는 방식이었지만 츠타야서점은 고객이 자유롭게 책을 고른다. 따라서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츠타야서점은 서적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분류법을 도입하고, 영화 DVD와 음반을 서적과 어울리게 큐레이션하고 있다. 심지어 심야에도 미디어물을 접하고자 하는 고객가치를 반영하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심야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게 되었다. 매장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이전에는 전혀 없던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노베이션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바라보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태도, 그리고 창의적이고 말랑말랑한 조직이 필요하다.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p.148 <지적자본론>


자유의 정의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사전적 정의로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메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흔히 알고 있는 자유에서 인간 관계라는 건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익이 오갈 수밖에 없는 조직 내부에서 자유는 좀 더 무게를 갖는다. 자유는 노력해서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CCC는 '클라우드 발상'을 도입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모든 조직원의 관계가 병렬적이고 조직원 사이에 딱딱한 구조가 없는 형태다. 조직의 상하구조는 안일함을 준다. 중간단계의 조직원이 '전달'을 업무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자발적인 업무는 편리하고 어떤 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조직원을 피폐하게 만든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돈벌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쉽고, 측정할 수 있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과 효율성은 다른 개념이다. 효율성은 결과의 한 부분이고 행복은 목적이다. 그리고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업무의 자유도가 필요하다. 조직에서의 자유는 자신의 성공(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행복해지는 것)을 위한 사명감이 불러 일으키는 의무들을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는 병렬적인 조직에서만 가능하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두고 싶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p.136 <지적자본론>


구조가 없는 조직은 조직원간의 감사와 약속을 기반으로 굴러간다. 약속을 하는 것은 쉽지만 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노력을 할 수 있는 힘은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오고, 약속이 지켜지면 신용이 생긴다. 신용이 커질수록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즉 자유는 조직의 성공을 좌우하는 원심력이지만 조직원간의 사랑은 조직을 유지하는 구심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은 특정 규모를 넘어가면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저자는 '분사화'로 휴먼스케일을 유지했다. 한 회사에 서로 이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크기로 만들기 위해 츠타야를 프렌차이즈화하고 CCC를 분사화했는데, 이때 분사가 아닌 '창업'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했다. 즉 이동한 사원들이 적응보다는 조직의 구조부터 설계를 해야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분명 자유롭지만 그만큼 냉엄하고 어려워진다.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행운.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p.162 <지적자본론>


자유는 많은 노력을 통해 쟁취되므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온 기획들은 성공하며 이노베이션을 부른다. 이노베이션은 의도한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인데, 이는 절대 0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이루어진 게 이미 있어야 그 곱절의 새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이노베이션으로 분류되는 츠타야서점의 성공 또한 그렇다. 직접 현장을 관찰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분석한 고객가치, 휴먼 스케일의 회사, 자유로운 조직과 서로 신뢰하는 조직원. 모든 게 맞물려야 더 큰 보상이 있는 거다.


누구나 오인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바로잡은 것과 진짜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자유의 의미를 명확하게 답변한 부분만으로도 이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자유는 곧 성공이다. 그리고 자유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 또한 동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휴먼스케일의 회사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관찰과 추론이 더해지면 이노베이션이 발생한다.


저자는 CEO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들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노베이션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어쨌든 0.1만큼 만들고 조그만 약속부터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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