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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Oct 02. 2023

내 눈이 뿌옇다

이게 걷히면 괜찮아질까?

추석의 시작. 황금 같은 긴 연휴 기간.

고향을 내려가지 않고 있다.

기차표를 알아보지 않았고, 그래서 내려갈 수단이 마땅치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정말 솔직한 이유는 고향을 내려가는 것을 꺼리는 것도 있다. 


나의 눈치를 보는 부모님과 그 눈치를 보는 나의 모습에서 아직 이 나이 먹고 무엇하나 제대로 당당히 말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던 이유이다. 난 딸 같은 막내아들이 되려고 노력한다. 아들 둘만 있는 집에서 무뚝뚝한 아빠와 장남이라는 이름의 우리 형. 그리고 투닥거리는 엄마를 바라볼 때면 집안에서 말도 많이 하고, 철없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 철없는 모습이 아직까지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스러운 것 같다. 형과는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걸 늘 하고 살았고, 그럼으로써 부모님 입장에서는 무엇하나 딱 정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키가 없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한 모습에 부모님은 나에게 부담일까 걱정이라는 단어로 나에게 늘 조심스러운 게 보이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더욱더 내가 무언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구나를 느끼며 그 모습이 보기 싫어 고향을 잘 내려가지 않는다.


캐리어를 끌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들이 보인다.

다른 날이었으면 북적되었을 거리에 어느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연휴의 첫날을 보내고 있다.

마치 내가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이날은 유독 흐리고, 뿌연 먼지가 낀 것 같은 날이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본 적이 있지만, 그저 날씨 탓이라기보다는 나를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과 그 마음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나의 마음이 겹쳐져 유독 흐려 보인다.


나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목표기준이 높은 것인가

그저 여기서 멈추고 남들이 사는 만큼 살아가면 되는데 굳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써서 그들보다는 잘살아야 돼,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성공한 사람으로서의 시선이어야 돼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뿌연 거리를 걸어 다니며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라는 생각과 혼잣말을 연신 내뱉으면서 하루 만에 없어질 다짐들을 내뱉게 된다. 

어느 때는 세상을 한탄하기도 하며, 내가 나에게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면 질책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멈춰있다가 뒤로 스스로가 미끄러져 가는 느낌이 든다.


남들은 가족들과 만나 지금까지의 근황을 물을 때 난 나 자신에게 넌 지금까지 무얼 하고 살아와서 그렇게 부모님이 나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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