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최하나, 2020)
※ sututre film의 모든 글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토일(정수정)과 호훈(신재휘)은 임신 5개월이 지나 양가 부모에게 말한다. 토일의 부모 선명과 태효는 예상했던 대로 반대한다. 반면, 호훈의 부모(남문철, 강말금)는 이상할 정도로 낙관적이다. <애비규환>은 시작과 함께 문제적 순간을 던진다. 그러나 이 순간은 서사를 추동하지 못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순간은 점점 후경으로 밀려난다.
토일이 ‘진짜’ 아버지를 찾겠다며 대구로 향하면서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 대구에서 과학·기술 선생이었다는 최소한의 단서를 가지고 토일은 아버지 찾아 나선다. 그러나 토일의 아버지 찾기는 계속 실패한다. 토일은 우연히 만난 일월(이진주)을 통해 겨우 아버지 환규(이해영)를 찾지만, 이 순간 역시 서사를 추동하지 못한다. 그저 토일에게 아버지가 한 명 늘어났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영화는 잃어버린 호훈 찾기로 변한다.
이렇듯 <애비규환>은 서사를 추동할 만한 요소를 후경으로 밀어내고 조금은 어긋나는 새로운 상황을 제시한다. 정해 놓은 길을 벗어나는 이 영화의 서사 추동 방식은 긍정적이다. 어긋나는 서사 방식이 인양한 아버지들은 영화 후반 한 자리에 모인다. 그들을 선/악으로 구분할 서사가 후경으로 밀려났기 때문에 그들의 선/악 구분은 모호하다. 오히려 그들은 이 모호함을 무기삼아 공생한다. 이 순간이 ‘진짜’ 아버지 찾기라는 신파로 빠질 수 있었던 <애비규환>을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토일의 이야기로 전환한다.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