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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4. 2021

입을 벌린 회색 누드 자화상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에곤 실레, <입을 벌린 회색 누드 자화상>,  종이에 구아슈와 검은색 크레용, 44.8×31.52cm, 1910년

명증한 윤곽선과 배경이 한 남자를 이미지 안에 가둔다. 그는 지금 배경에서 분리되어 고립되어 있다. 무엇이 이 남자를 이토록 고립시켰는지 알 수 없다. 이 남자는 정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보라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절단된 오른팔, 꺾인 몸, 잘린 무릎, 앙상한 갈비뼈, 움푹 파인 눈가, 그리고 오그라든 성기까지 이 남자의 신체는 모든 기능을 상실했다. 상실했음에도 자신의 신체를 통해 강력하게 호소하는 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의 벌린 입은 무슨 말을 하기 위함인가? 이 남자는 자신을 억압하고 고립시키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몸을 뒤틀고 있다. 굵은 선들이 그의 처절한 몸부림을 강조한다. 반면, 굵은 선은 그를 죽은 이미지처럼 보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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