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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4. 2021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 1880~1905)

앙드레 드랭, <춤>,  캔버스에 유채와 수성도료, 179.5×228.62cm, 1905~1906년

굵은 윤곽선과 넓은 색면, 그리고 강렬한 색채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전경에 놓인 세 명의 인물은 공간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이들은 화면 전경에 일렬로 서서 공간감을 차단한다. 물론 중경과 후경의 풀밭과 나무가 공간을 형성하고 있지만, 심도는 얕다. 전경-중경-후경으로 이동하려는 관객의 시선을 전경에 붙잡아 두는 것은 화면 하단의 뱀이다. 춤을 추고 있는 인물의 곡선적 형태감은 뱀의 곡선과 유사성을 이루며 뱀과 이들을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관객은 시선은 뒤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이곳을 서성인다. 뱀을 보고자 하면 인물의 다리와 신체가, 인물을 보고자 하면 뱀의 곡선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의 길 잃음을 강조하는 것은 왼쪽 인물의 옷 무늬이다. 관객은 어디를 봐야하는 것일까? 이들에게서 힘겹게 눈을 돌려 화면 왼쪽을 보지만, 그곳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마치 다양한 색점이 산포하면서 왼쪽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굵은 윤곽선과 색면, 그리고 강렬할 색채뿐이다. 생각해보면 이는 다시 그림의 시작이다. 이 그림이 낯설어 보이는 것은 소재의 원시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화면에서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는 시선의 길 잃음 때문이다. 시선은 대상의 곡선을 타고 끊임없이 화면을 유영할 뿐이다. 



+ 시선 이동에 관한 영화적 예시는 https://brunch.co.kr/@suturefilm/8 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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