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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4. 2021

<춘향뎐>(임권택, 1999)

[영화적 순간 004]

<춘향뎐>(임권택, 1999)



화면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대부분을 가리며 한 인물이 등장한다. 뒷모습으로 등장해 여전히 뒷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지만, 이 인물은 이 등장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남자가 자리에 앉자, 중경의 인물이 뒤돌아본다. 이때 화면은 중앙(마주보고 있는 두 인물), 왼쪽(중경의 인물), 오른쪽(후경의 인물)으로 설정된다.      


최초 관객의 시선은 전경과 중경에서 서로 마주보는 두 인물로 향한다. 정면을 보이던 중경의 인물이 뒤돌아서자 관객은 시선은 그의 이동을 따라 후경으로 나아간다. 곧이어 왼쪽 측면에 있는 인물이 정면을 바라보자, 관객의 시선은 다시 왼쪽으로 이동한다. 관객의 시선은 장면의 시작과 함께 전경, 후경, 중경을 오가며 스크린 위를 끊임없이 유영한다.      


이러한 시선의 유영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전경 오른쪽이다. 중경의 인물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없었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장면의 시작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인물이다. 이때 누군가 “말 타면 경마 잡고 싶어진다더니 권주가라네”라는 말을 한다. 화면 곳곳을 끊임없이 살펴보았음에도 정작 그 말을 누가 하고 있는지 관객을 알 수 없다. 관객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화면을 살피는 것뿐이다. 



+ 시선 이동에 관한 미술적 예시는 https://brunch.co.kr/@suturefilm/27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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