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슈 Jul 01. 2024

땀과의 사투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요한 새벽녘. 여름은 고요함을 햇빛으로 깨트리려고 준비한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찾아오고, 여름햇빛은 이 때다 싶어 하루업무에 들어선다.


눈을 뜨니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한다. 출근준비를 해야 했기에  여유부를 시간이 없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비누칠을 한다. 잠을 깨기 위해 마지막은 찬물로 헹군다.

‘읏.. 차가워’ 정신이 번쩍 든다.


 현재시간 8시 05분. 로션을 바르고 머리카락을 대충 말려준다. 잠들기 전 생각해 놨던 드레스코드대로 옷을 입는다. 양말까지 신고 가방을 매니 8시 15분. 심적여유가 생긴 나는 신발장으로 향한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그랫나루에서 시작해 볼을 타고 턱 밑까지 흐르기 시작하는 액체가 느껴진다. 땀이다.

‘이런 젠장, 밖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땀이 난다고?’

그렇다. 나는 땀이 많은 편이다. 한번 나기 시작한 땀은 나를 비웃듯 멈출 생각을 않는다.


밖으로 나간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땀이 본격적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시간은 없고 지각은 피해야 하니, 하는 수 없이 땀을 부여잡고 출근길에 올랐다. 가는 내내 손바닥은 땀으로 인해 끈적끈적하다. 작년여름처럼 올여름도 땀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얼굴에 유독 땀이 많다. 여름만 되면 선크림이 필요 없다. 선크림을 발라도 땀으로 흘러내린다. 땀을 핑계 삼아 하루를 불평불만으로 시작하기 일쑤였다.

‘나는 왜? 얼굴에 땀이 몰린 걸까?’ ‘씻었는데도 찝찝함 때문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 못하잖아.’ ‘여름 없이 가을로 넘어가면 안 되나?’ 등등.


 찝찝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던 길. 거리곳곳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이 보인다. 이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를 잔뜩 들고 서있다.

봄을 지나 여름이 찾아오면 피었던 꽃들은 지고, 푸른 잎사귀들이 매력을 뽐내기 위해 등장한다. 가을이 되면 푸른 잎사귀들은 단풍이 된다. 특유의 붉은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아름다움을 잠시나마 과시한다. 그러다 한 참 이쁠 시기에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봄에 피는 벚꽃처럼 푸른 잎사귀들도 본인의 모습을 뽐내기 위해 1년이란 시간을 버틴다. 본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연뿐만 아니라 물건, 사람, 곤충, 벌레들도 본인만이 갖고 있는 역할이 있다. 나 또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역할을 하기 위해 매일 출근을 한다. 땀 또한 그렇다. 체온 조절 외에도 피부 보호와 수분을 공급한다. 땀을 통해 몸에서 해독되지 않은 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땀도 본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거다.


푸른 잎사귀를 보고 알게됐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걸. 몸을 위해 역할을 수행하던 땀. 땀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텐데. 그동안 구박만 준 게 아닌가 싶다. 여름은 여전히 싫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땀도 내 몸의 일부분이니. 아니.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