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004
문제를 해결하는 팀을 만들기
회사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난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쇼츠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1-3-1, 문제를 하나로 정의하고 3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보고 그중 하나를 택해서 실천하라, 혹은 제안하라는 내용. 별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니까. 이건 공리에 가깝다고 치고, 3-1로 이어지는 과정도 발산과 수렴에 합당한 방식이다. 그중에서 특히 3가지 정도의 한계치를 정하는 것, 무조건 1개를 택하라는 제약조건 역시도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천하는 방식에 꽤나 합당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추가로 더 생각해 볼 만한 것은, 이 프레임워크를 문제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 제약을 걸고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 뭐, 보통 문제 자체에 시간 제약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많은 경우에는 이게 생략될 수도 있겠지만.
각설하고,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를 이 방식대로 생각해 보자. 문제상황은 무엇인가? 팀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 안팎의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이에 따라서 다양한 제품 관련 문제가 쏟아지는데 이를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품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걸 만드는 게 어렵다. 기존에 기능팀 구조로 만들어져 있던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감도 없고, 서로 직무가 다른 형태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도 어렵다.
친구에 대한 격언 중에서 좋을 때 친구와 내 상황이 나쁠 때의 친구를 보면, 진짜 친구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상황이 어려울수록 강력한 팀워크가 힘을 발할 것이라는 게 나의 가설이자 믿음. 그러니 이 믿음을 실현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팀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강력한 팀을 만들 것인가?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푸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일 것이다.
그럼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그러기에는 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떠나,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모르고. 공통의 목표가 있는지도 애매하다. 그럼 내가 무슨 전쟁 나가듯이 연설문 기깔나게 지어서 스토리로 이들을 이끌 수 있는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서로 간의 안정감과 소속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마디 단어,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지 않겠나, 거의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시, 1-3-1의 1을 위해서, 당장 당면한 문제, 빠르게 그리고 지금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가로 좁혀나가자. 1 team이라는 느낌. 우리는 같은 동료라는 의식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한 번에 되진 않겠지만, 우선은 심리적인 장벽을 거둬나가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자서전에서 말했다고 하는데, (안 읽어봄) 자신이 만든 최고의 제품은 곧 애플이라는 조직 그 자체라고 말하고 떠났다고 하는데. 그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최소한 내가 그만큼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은 아닌지라, 그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어렵겠고, (그게 무엇인지도 정확히는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디일까.
각설, 최소한의 소속감이란 저 사람이 나의 적은 아니라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갈등을 빚어내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다듬기 위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데. 서로가 개인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되려 축복이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다름을 통해서 갈등이 빛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진보를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수사를 뒤로하고, 최소한 서로가 적인 아니고 우리 모두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보고 좀 더 나아가보자.
그게 방향이라면 지금은 왜 그게 안되고 있는가? 여기서 1-3-1의 3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원인인가? 기존의 기능팀 구조가 문제일 수도 있다. 소통이 부족한 것 - 이게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일 것이기도 해 보인다. 서로에 대한 관심? 재택근무일 수도 있겠다. 사람들의 성향이 그럴 수도 있고, 일을 하는 문화 자체가 그럴 수 있겠다. 모두 다 가설이고, 좀 무거워 보이긴 한다. 문제를 다시 상기하며 정리해 보자. 우리는 최소한의 소속감, 동료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없다면 왜 그럴까?
첫 번째는 이 문제와 저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누가 어떤 일을 왜 했고, 나에게 업무 요청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그러니까 맥락 정보가 유실된 채로 과업만이 돌아다니고 있고 이게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가설. 사람의 어차피 서로의 입장에 서기 쉽지 않은데, 때문에 이 정보가 함께 묶여서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부분. 덧붙여서 있다고 하더라도 정보가 체계화되어있지 않다 보니까, 이게 무엇인지 나중에 찾는 비용도 크고, 따라서 찾거나 묻게 되지 않는다는 생각. 오케이, 그럴싸한 부분이다.
두 가지 해결책이 생각난다. 하나는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하나의 판으로 관리하기. 사람이 50명 수준에서는 해볼 만한 상태의 일이지 않을까. 공개하기 어려운 인사, 재무적인 일을 빼고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일을 한 판에서 관리하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장점으로는 업무 매니징, 리소스 관리에서도 쓸 수 있고,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앎으로 나의 아이디어를 누구에게 말해봐야지 하는 게 잘 보일 것 같은데. 단점으로는 높은 투명성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 보드를 관리하는 리소스. 또한 관리를 위한 관리가 되어버릴 수 있는 리스크 같은 게 떠오른다. 일단 여기까지 생각한 채로.
일의 흐름을 하나로 일원화하기. 특히 일을 시작하는 방식을 하나의 창구로 만들고, 그 안에서 토론과 맥락이 전달되고, 기록되도록 하는 방식.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 고객사의 의견들이 들어오고, 그것을 '정리한 채로' 의견을 전달하도록 강제하며 동시에 이를 통하여 검증이 사전에 이뤄지도록 하기. 이건 정말로 필요한 일인가? 이게 해결되면 무엇이 좋은가를 메이커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에서 논의되도록 하여 소속감,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동료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기. 장점은 불필요한 일을 줄일 수 있고, 소속감 관점에서는 높아질 여지가 많겠다고 생각하는데. 단점으로 조직이 경직화될 수 있고,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토론 문화가 자리 잡기 전에는 이 행위 자체가 오히려 전체 조직의 소속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문제와 원인으로 돌아가보자. 소속감과 동료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유대감이 부족한 게 원인이 아닐까, 그러니까 덜 친한 게 아닐까? 유대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는데, 최소한 같이 밥 먹는 것만으로도 꽤 생겨날 수는 있겠다 싶다. 그런데 과거에 비슷한 일을 시도했지만, 충분한 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덧붙여서 해당 행사가 정규화되지 못했던 문제도 남아 있겠다. 우리가 공통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하기 위해서는 제도 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최소한 이를 전파할 메신저, 예수가 그러하였듯 붓다가. 그리고 전 세계 많은 피라미드 회사들이 말했듯이 계속해서 복제해 나가는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게 부재한 상태로 그냥 모여서 이야기하세요! 해보았자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도덕 교과서 등지에서 4대 성인으로 추대받았던 예수나 붓다, 공자나 소크레테스 같은 성현들의 지혜를 보면. 마찬가지로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를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예수의 경우 절대 존재가 있다는 가정 아래에 하나님의 나라에 가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게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비전을. 붓다도 현생과 내생이라는 윤회의 고리 속에서 해탈을 통한 열반으로 가는 것을 뭐 공자의 경우에는 군자론, 무슨 소크라테스도 비슷하게 철인정치 그런 게 모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와중에 모두 '지금 힘들지만'이라는 전제가 인류적인 관점에서 제시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고통과 분노를 공통의 적, 이데올로기로 묶어서 타자화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 아닐까. 사람일 수도 있고, 사상일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는 보통 잘 먹히는 편이니까. 문제를 내재화하고 내 안에서 바뀌는 게 필요하긴 하지만, 우선은 외부적인 상황을 알려줌으로 네가 문제가 아니고, 네가 해결책임을 상기시키는 노력들. 행위자로,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주어주고, 공통의 적이 있으니 같이 맞서 싸우자는 자세. 일단은 퀘스트와 보스, 보상이 있어야 탱거도 딜러도 힐러도 나타나고 협업하고, 누가 이니시를 하고 누군가는 오더를 하고 그러지 않겠는가.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퀘스트와 보스 몬스터는 무엇인지 명시해야 하는데.
꽤나 많은 책이나 글에서 나온 이야기라 뻔하기도 하거니와, 실천적인 액션 아이템이 잘 생각나진 않는다. 이 이야기에 동참을 하려면 우선은 하나의 발화점 격의 사람이 필요하고. 그는 이 이야기를 바이블처럼 믿어야 하는데. 그 사람은 누가 있는가?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또 자칫 너무 이야기적인 이야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서, 문제의 레벨을 추상적인 레벨이 아닌 현실적인 레이어로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게 사람마다 원하는 층위도 다를 것이고. 아 모르겠다.
제안을 하나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뭐가 맞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 상태가 되었다. 음, 문득 옛날 옛적 한 선배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게 때로 쉽다는 듯 이야기한 순간이 기억난다. 정확한 맥락, 단어들은 희미해졌지만, 예컨대 모두가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하는데 어느 누군가가 짬뽕이 먹고 싶다는 사람을 챙기는 것이라고. 오, 이렇게만 기억을 떠올려서 적으니 그때의 감정과 감흥은 날아가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만 보이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다시, <더 골>에서 제약이론, 생산성, 병목을 설명하며 행군을 할 때는 가장 앞에 가장 느린 사람을 배치하는 게 전체를 위해서는 효율적이라고 한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혀 연결되지 않는 두 이야기가 머릿속에 엉키기 시작하여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는데 - 결국 모두의 소속감을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하나와 하나를 위한 모두가 같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뒤마의 <삼총사>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사실 30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 아무리 그동안 계속 생각하던 문제라지만 - 1,3,1을 모두 달성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어서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도 생각을 제한된 프레임워크 안에서 전개해 보는 훈련을 꽤나 재미있고, 의미 있긴 한 느낌. 덧붙여서 생각나는 대로 연이어 글을 씀으로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자기 검열을 거둬낸 채로 간 것도 의미 있었던 듯하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 상황과 원인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의 결론, 가설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무언가 아지랑이 같은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아이디어를 평가하며 적은 것들이 상호 호환하기도, 충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안에서 무언갈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여하튼, 다시 아론 소킨이 <뉴스룸>에 썼듯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는 문제를 적시하는 게 우선이니까.
TLDR by Claude (sonnet)
요약:
이 글은 회사 내에서 강력한 제품팀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제 상황은 기존의 기능팀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팀으로 전환하는 것의 어려움입니다.
팀 간의 소속감과 동료의식 부족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해결책들이 제시되었습니다:
모든 구성원의 업무를 한 곳에서 공유하여 투명성과 이해도를 높이기
모든 업무의 흐름을 하나의 창구로 일원화하여 의사소통과 맥락 공유하기
구성원 간 유대감 형성을 위한 활동 증진
공통의 비전과 가치관을 전파할 수 있는 리더십 발휘
글쓴이는 문제 정의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사고 연습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