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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365 Proejct (070/365)

by Jamin

2023년, 챗GPT의 등장은 기존의 지식 재생산 중심 교육 시스템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사회 전반에 패러다임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암기 능력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졌고,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인간 고유의 독창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의견 표현 교육은 단순히 소통 기술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사회를 이끌 핵심 역량을 키우는 필수적 도구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소통 역량의 후퇴와 디지털 시대의 역설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실제 소통 능력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수업'과 같은 첨단 디지털 교육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역설적으로 대면 소통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소통 역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기본적인 소통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침묵하는 현상, 글로벌 소통 도구는 늘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줄어드는 현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기술 진보와 인간 역량 개발 사이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정치 참여와 공론장의 간극


2024년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62%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으나, 정책 토론 참여율은 18%에 그쳤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적인 공론장 형성과 숙의 민주주의를 위한 적극적인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가짜 뉴스와 허위정보가 넘쳐나는 현 시대에는 단순히 진실을 판별하는 능력을 넘어, 진실을 창조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피상적인 정책 해설 영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OECD 데이터와 같은 객관적 통계를 깊이 분석해 새로운 통찰을 도출하는 '팩트 크리에이션(Fact Creation)'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에서 벗어나 지식의 생산자로 거듭나게 하며,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 문제에 대한 주체적 참여를 가능하게 합니다.


AI 협업 시대와 인간 고유의 가치


미래 사회는 인간과 AI의 공존과 협업이 필수적인 'AI 협업 시대'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개인의 철학적 프레임워크, 윤리적 가치관, 창의적 사고력,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또한,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문학적 상상력, 사회과학적 분석력, 자연과학적 탐구력을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크로스오버 지식 네트워킹(Crossover Knowledge Networking)'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현재 한국 교육이 직면한 도전은 AI가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있습니다. 의견 표현 교육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불완전함 속 인간의 힘


AI가 제공하는 완벽에 가까운 답변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용기, 끊임없는 탐구 정신, 그리고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실패에서 배우는 성장 마인드셋에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의 한 교사가 실시한 '오류 발표 시간'은 실수를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새로운 발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와 타인의 실패에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 이러한 접근은 매우 혁신적이며, 의견 표현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틀린 답변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은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토양이 됩니다.


의견 표현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래 사회에서 의견 표현 교육은 정형화된 지식 전달을 넘어,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경험의 재창조(Re-creation of Experience)'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삶이 담긴 목소리와 AI가 모방할 수 없는 풍부한 정서적 결이 깃든 주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교육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내러티브 기반 학습: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학습 방식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프로젝트 기반 협업: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초학문적 접근: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학문 분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토론함으로써, 통합적 사고 능력을 기릅니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 온라인 공간에서의 건설적인 의견 표현과 토론 방법, 디지털 윤리를 가르쳐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


"완벽한 AI보다 불완전한 인간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아래, 한국 교육은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의견 표현 교육의 재정의를 통해 인간 고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AI와의 협업 속에서 창의적이고 공감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의견 표현 교육은 이러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중심의 역량을 키우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이 AI 시대에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기계적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불완전하지만 진실된 인간의 목소리가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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