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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in the mirror 를 듣다가

365 Proejct (260/365)

by Jamin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07: 쎄믈리에 블로그글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08: 브랜드멜빌의 원사이즈 전략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09: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팟캐스트(그것은 알기싫다)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0: Man In The Mirror


세일즈는 거울에서 시작한다


세일즈는 흔히 외부를 설득하는 일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내 자신을 설득했는가? 내 동료들을 설득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외부 설득은 공허하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Man in the Mirror〉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꾸는 일에서 세상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단순한 가락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지혜와 맞닿아 있다. 『대학』이 말한 격물치지와 수신제가, 그리고 니체의 위버멘쉬가 던진 자기 초월의 요구는 결국 한 가지 메시지로 모인다. 세상을 바꾸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종종 외부 고객에게 멋진 비전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내부는 고개를 젓는다. 밖에서는 혁신을 외치지만 안에서는 냉소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태에서 세일즈는 연극에 불과하다.


전략이 목표와 지표, 실행 계획을 정렬한다면, 문화는 신념과 행동을 정렬한다. 전략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문화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계획은 무너진다. 반대로 문화만 강조하고 전략이 없다면 조직은 방황한다. 결국 두 가지는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대학』은 개인의 수양이 가정을 세우고, 가정이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가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고 가르친다. 니체는 기존 도덕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을 위버멘쉬라 불렀다. 경영에 대입하면, 내부의 태도 변화가 조직을 바꾸고, 그 조직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만든다. 단순히 착한 직원이 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실행 방식을 만들어내는 주체로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션과 비전은 외부용 장식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내부를 비추는 거울이다. 미션은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대답이고, 비전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약속이다. 구성원들이 이를 믿지 못한다면 외부 설득은 힘을 잃는다. 고객은 언제나 균열을 감지한다.


세일즈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확신의 투영이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고, 동료들을 설득한 다음에야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대학』의 언어로 말하면 수신 없는 치국은 허망하다. 니체의 말로 옮기면 자기 초월 없는 창조는 없다. 경영학의 언어로 바꾸면 문화적 정렬 없는 전략은 실행되지 않는다.


거울 속에서 시작한 변화가 내부에 뿌리내릴 때, 외부를 향한 세일즈는 자연스럽게 힘을 얻는다. 결국 세일즈의 시작점은 시장이 아니라 거울이다.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순간, 조직은 문화와 전략을 동시에 정렬시키고, 그 힘이 외부를 움직인다.


확신의 해부학: 세일즈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내부 설득을 어렵게 만드는가? 경험상 세 가지 장벽이 있다.


첫째는 인지적 불일치다. 우리는 종종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한다. 데이터는 설득력 있지만 감정은 따라오지 않는다. 한 스타트업 CEO는 자신의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도 그 제품을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그의 세일즈 피치는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 없었지만 왜 공허하게 들렸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둘째는 경험적 공백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확신은 생기지 않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직접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며 고객의 불만을 들었던 이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 여행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체험 없는 확신은 허상이다.


셋째는 집단적 회의주의다. 조직 내부에 만연한 냉소주의는 전염성이 강하다. 한 명의 회의론자가 전체 팀의 에너지를 빼앗을 수 있다. 특히 과거 실패 경험이 있는 조직일수록 새로운 시도에 대한 내적 저항이 크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작은 성공 경험의 축적이다.


거울을 드는 실천법: 내부 설득의 구체적 방법론

그렇다면 어떻게 내부 설득을 시작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안한다.


1. 자기 사용자 되기(Eating Your Own Dog Food) 무엇보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진짜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 창업자와 팀원들이 자신의 제품을 매일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슬랙의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업무 도구로 슬랙을 사용하며 제품을 다듬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2. 고객과의 직접 대화 모든 팀원이 정기적으로 고객과 직접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심지어 CEO도 고객 지원 업무를 담당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고객의 진짜 반응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3. 실패 이야기 공유하기 완벽한 성공 스토리보다는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실패 이야기가 더 진정성 있게 들리고, 팀원들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4. 미션 재정의 워크숍 정기적으로 팀원들과 함께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재검토하고 개인의 가치관과 연결짓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쌍방향 대화다.


역설적 진실: 완벽한 확신은 오히려 위험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역설적인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완벽한 확신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확신은 고객의 피드백을 무시하게 만들고,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게 만든다.


진정한 확신은 의심과 공존한다. 자신의 방향은 믿되 방법론은 계속 의심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장 마인드셋이다. 스타트업에서 "강한 신념, 느슨한 실행(Strong Opinions, Loosely Held)"이라는 원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적 DNA: 세일즈를 넘어선 조직 변화

결국 거울에서 시작하는 세일즈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기법을 넘어선다. 그것은 조직의 문화적 DNA를 바꾸는 일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믿는 것만이 외부로 전달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논리적 설득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체험과 경험, 작은 성공들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애플이 "Think Different"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정말로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Just Do It"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조직 문화가 실제로 도전과 실행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거울 앞에서의 질문


그렇다면 오늘 거울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파는 것을 정말 믿는가?"

"우리 팀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고객에게 약속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세일즈는 기술을 넘어 신념이 되고, 신념은 결과로 이어진다. 거울 속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큰 힘이 된다.


세일즈의 시작점은 시장조사도 경쟁사 분석도 아니다.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이다. 그 거울이 비추는 것이 진실할 때, 외부를 향한 모든 말과 행동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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