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Proejct (261/365)
내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0: 확률론이 기반한 플라이휠에 이어서
내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1: Man In The Mirror 를 듣다가 에 이어서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0: Man In The Mirror 를 듣다가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1: 스판덱스 영웅전: 슈퍼맨-태초의 주인공 을 듣다가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는 기존 도덕과 습관을 넘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 개념은 번역되며 기묘하게 변했다. 영어권에서는 '슈퍼맨', 한국에서는 '초인'으로 옮겨졌다. 원래의 자기 극복은 희미해지고, 대리인이나 영웅에 대한 환상이 강조되었다. "누군가 대신 우리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개념을 덮어버린 것이다.
경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많은 조직이 "리더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 혹은 "한 번의 제품 혁신이 회사를 구할 것"이라는 환상에 매달린다. 하지만 변화는 대리할 수 없다. 가장 어려운 변화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이다.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자기 변화는 경영에서도 출발점이다. 리더가 변하지 않으면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조직이 변하지 않으면 시장도 움직이지 않는다. 변화는 안에서 시작해 밖으로 번져야 한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뇌과학은 습관이 신경망에 새겨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행동경제학은 작은 '넛지'가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론을 떠나,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내가 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변화는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와 불변의 공존
그렇다고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경영의 기술은 무엇을 바꿀지보다, 무엇을 바꾸지 않을지를 정하는 일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10년 뒤에 변하지 않을 것"을 묻는다. 고객은 언제나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원할 것이다. 이 불변의 욕망을 플라이휠의 중심에 두었기에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이를 철학적으로 비춰준다. 어떤 체계 안에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 체계는 자기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략과 변화는 결국 증명할 수 없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고객은 결국 더 나은 경험을 원한다"는 가정이 그 믿음이다.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지만, 붙잡아야 하는 공리인 셈이다.
엔진과 오일로서의 리더십
변화는 엔진과 같다. 기술과 도구, 사람과 능력이 실린더와 피스톤을 구성한다. 그러나 엔진은 저절로 돌지 않는다. 마찰이 쌓이면 쉽게 멈춰 선다. 리더십은 단순히 스티어링 휠처럼 방향만 잡아주는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엔진오일이다. 마찰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며, 조직이 더 멀리 달리도록 돕는 윤활유다. 전략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리더십은 그것을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 전달 장치다.
실패의 교훈: 잘못된 불변을 붙잡을 때
많은 기업은 변화를 거부하다 몰락했다.
노키아는 "하드웨어 우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갇혔다. 소프트웨어와 생태계가 주도하는 변화를 외면한 결과,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업은 추락했다.
코닥은 "사람들은 언제나 필름 사진을 원할 것"이라는 공리를 붙잡았다. 디지털 카메라를 스스로 발명하고도, 기존 수익 구조를 버리지 못해 시장에서 밀려났다.
블록버스터는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영화를 고르는 경험을 원한다"는 가정에 집착했다. 스트리밍이라는 파괴적 변화는 그들의 공리를 무너뜨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변하지 않는 것을 잘못 골랐다는 것이다.
변화의 역학: 저항과 수용 사이의 미묘한 균형
변화 관리에서 가장 간과되는 것은 저항의 긍정적 기능이다. 모든 저항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저항이 조직을 보호하는 면역 체계 역할을 한다. 문제는 언제 저항을 수용하고 언제 극복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건설적 저항과 파괴적 저항
건설적 저항은 질문을 던진다. "이 변화가 정말 필요한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위험은 없는가?" 이런 저항은 성급한 결정을 방지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게 한다. 반면 파괴적 저항은 변화 자체를 거부한다.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 "왜 굳이 바꿔야 하나"라는 식으로 현상 유지에만 매달린다.
구글이 Google+를 만들 때, 내부에서 "페이스북을 따라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건설적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도 실패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할 때도 내부 저항이 있었지만, 리드 헤이스팅스는 "고객은 언제나 더 편리한 방법을 원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붙잡고 변화를 밀어붙였다.
변화의 3단계: 해빙-변화-재결빙
사회심리학자 커트 레빈이 제시한 변화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현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1단계: 해빙(Unfreezing) - 불편함의 창조 기존 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조직을 깨우는 단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위기감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위기감은 공포를 조성하지만, 불편함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 방식으로는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
아마존이 원데이 배송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배송도 충분히 빠른데 왜 하루 만에?"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베조스는 "고객은 언제나 더 빨리 받고 싶어한다"는 불변의 욕망에 주목했다. 불편함이 혁신의 동력이 된 것이다.
2단계: 변화(Change) - 실험과 학습의 반복 변화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험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빠른 학습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스포티파이의 조직 구조인 '스쿼드-트라이브-길드' 모델이 좋은 예다. 이들은 전통적인 부서 구조를 버리고 작은 자율팀들이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실패한 실험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학습이 회사의 DNA가 되었다.
3단계: 재결빙(Refreezing) - 새로운 습관의 고착화 변화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방식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변화다. 사람의 의지력에만 의존하면 변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테슬라가 전기차 문화를 정착시킨 방법을 보자.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충전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직판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설계했다. 변화가 시스템 전체에 스며들도록 만든 것이다.
변화의 감정적 차원: 사람은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변한다
변화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감정이 따라오지 않으면 변화는 실패한다.
손실 회피와 현상 유지 편향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 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을 수 있는 손실을 2배 더 크게 느낀다. 따라서 변화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보다 현상 유지의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작은 승리의 힘 큰 변화는 작은 승리들의 연속으로 만들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가 연구한 '진전 원칙(Progress Principle)'에 따르면, 사람들은 작은 성취를 경험할 때 가장 높은 동기를 보인다.
IBM이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할 때도 이 원칙을 활용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작은 클라우드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키며 조직의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각각의 작은 승리가 더 큰 변화를 위한 동력이 되었다.
변화의 커뮤니케이션: 비전이 아닌 스토리
변화를 전달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추상적인 비전만 제시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 "고객 중심" 같은 단어들은 멋지게 들리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신 필요한 것은 스토리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이야기에 더 쉽게 공감한다. 변화가 왜 필요한지, 변화 후 모습이 어떨지를 스토리로 들려줘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가 CEO가 되었을 때,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다"는 추상적인 미션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 직원이 아이패드로 오피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였다. 경쟁사 기기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변화의 측정: 무엇을 지표로 삼을 것인가
변화가 성공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통적인 지표들은 종종 변화의 진정한 모습을 놓친다.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 매출이나 수익 같은 후행 지표는 변화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것은 선행 지표다.
넷플릭스가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할 때 중요하게 본 지표는 매출이 아니라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었다. 이 지표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DVD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할 수 있었다.
질적 지표의 중요성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도 중요하다. 조직의 분위기, 직원들의 에너지, 고객과의 관계 질 같은 것들이다. 이런 질적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대화와 관찰이 필요하다.
변화의 리더십: 카리스마가 아닌 일관성
변화를 이끄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일관성이다. 화려한 연설보다는 매일매일의 작은 행동이 더 중요하다.
모델링의 힘 리더가 직접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말하면서 여전히 종이 문서에 의존한다면,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고객 중심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다면, 말은 공허해진다.
인내의 미덕 변화는 시간이 걸린다. 특히 문화적 변화는 더욱 그렇다. 성급하게 결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마존의 베조스가 20년 넘게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 것,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단순함"을 평생 추구한 것이 좋은 예다. 일관성이 쌓여야 변화가 완성된다.
결론: 변화는 인정, 불변은 선택
변화 관리는 결국 모순된 작업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변하지 않을 것을 골라내야 한다. 완벽한 체계는 없다.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듯, 전략도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을 전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는 대리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였다. 경영에서 위버멘쉬적 태도란, 누군가 대신 변화를 가져오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공리를 정하고, 그 위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는 일이다.
변화를 인정하고, 불변을 선택하며, 리더십이라는 오일로 조직을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엔진을 돌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변화의 부산물이 시장을 흔들고, 그 흔들림 속에서 기회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진정한 변화 관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여전히 같은 곳이다. 거울 앞에서 묻는 질문. "나는 정말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위버멘쉬는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