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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에서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지구 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우리 곁에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가장 가까운 형제가 있었지만, 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이제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류 종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힘'이 아닌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신체적으로 강하지 않았습니다. 뇌 용적 또한 그들이 더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을 압도하는 비밀 병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그 믿음을 공유하며, 수많은 낯선 이들과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입니다. '신', '정령', '부족'과 같은 공유된 이야기는 수백, 수천의 우리 조상들을 하나의 목표 아래 뭉치게 하는 강력한 접착제였습니다. 이 대규모 협력의 힘으로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더 넓은 정보망을 구축하며 지구의 지배자로 우뚝 섰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이야기'의 힘이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끈끈하게 묶어주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그들'이라는 경계선을 그었습니다. 과거 부족 시절의 생존 본능이었던 이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이제 국가, 종교, 이념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서로를 향한 불신과 갈등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생존 공식이었던 이 운영체제는 핵무기와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오히려 자멸을 향한 버그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것일까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성공 공식 안에 내재된 자기 파괴의 씨앗이 발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섭니다. 페미니즘, 생태주의와 같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존의 낡은 질서에 도전하며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 충돌은 마치 더 큰 분열을 낳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낡은 이야기가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태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성장통입니다. 그렇다면 이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할까요?
그것은 아마 '분리'와 '경쟁'의 시대를 끝내고, '연결'과 '공생'을 핵심 가치로 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첫째, 우리는 더 이상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지구라는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인류를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며, 특정 집단의 고통이 결국 몸 전체의 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여성과 소수자 등 '타자'의 문제가 곧 '나의 일부'의 문제임을 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만족을 넘어 미래 세대의 안녕을 책임지는 '좋은 조상'이 되어야 한다는 시간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물론, 이 새로운 이야기는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낡은 이야기로 구축된 권력과 자본은 당연히 저항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충돌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이 아니라,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듯 기존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심는 '전환'의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정면충돌보다는 시스템의 언어로 침투하여 그 의미를 바꾸고, 작지만 성공적인 대안 모델들을 곳곳에 만들어 현실성을 증명하며, 갈등의 에너지를 변혁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 앞의 모든 문제는 우리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해답 또한 우리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를 외로운 승자로 만들었던 이야기의 힘을 이제는 우리 자신과 이 행성을 구원하는 데 사용할 때입니다. 우리는 과연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공생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그 첫 문장은 바로 지금, 우리의 선택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