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말하기 수업>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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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시스템 속에서, 진심을 노래하는 법

− 테리 주플랫, 『백악관 말하기 수업』을 읽고


우리는 종종 '말하기'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나 상대를 설득하는 '무기'로 착각하곤 한다. 특히 나처럼 AI 기술을 다루고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효율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언어는 종종 명확해야만 하는 '코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의 연설 비서관이었던 테리 주플랫은 그의 책 『백악관 말하기 수업(Say It Well)』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진심을 담은 쉬운 말로 노래하듯 말하고, 희망으로 마무리할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멈칫했다. 기능이 아닌 노래라니. 논리가 아닌 희망이라니. 책을 읽으며 나는 스피치의 기술을 배우려다, 오히려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1.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Who I am)


저자는 스피치의 시작이 '믿음'이며, 그 믿음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처럼, 나에게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책이 제안한 질문들에 답하며 나는 나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AI라는 차가운 도구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무엇보다 '사람의 존엄'과 '관계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서 사람을 대하고 싶어 하는, 치열한 입시와 경쟁 속에서도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성장해 온 사람이다.


저자는 "너의 불완전함이야말로 네가 가진 선물"이라고 했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혹여나 욕망에 무너져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들고, 동료들과 진솔하게 연결될 수 있게 하는 통로임을 깨달았다.


2. 바비큐 파티하듯, 사람을 연결하라 (Connect)


책에는 '바비큐 규칙'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나온다. 바비큐 파티에서 친구나 가족에게 하지 않을 딱딱한 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평소 세상의 문제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에서 온다고 믿고, '제품(Product)'으로 이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건조한 비즈니스 언어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저자의 조언대로라면, 나는 '효율'을 말하기 이전에 '공감'을 먼저 말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것(3F: First, Food, Fan)을 먼저 이야기하며, "나도 당신들과 같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논리가 아니라, 자신이 투영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투표한다"는 행동보다 "나는 투표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정체성의 언어가 더 강력하듯이 말이다.


3. 결국 희망으로 마무리한다는 것 (Inspire)


책의 마지막 교훈은 태도에 관한 것이다. 혐오와 배제, 공포가 판치는 세상에서 말하는 사람은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저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위 있게 나갑시다.” (미셸 오바마)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결과는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과정'만큼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말하기 역시 그래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누군가를 다그치거나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우리가 함께 걷는 이 과정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아직 완성된 리더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한 가지 다짐을 한다.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나의 '치열한 고민과 성실한 태도'가, 나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나의 진심 어린 삶의 태도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영감이 되기를.


말하기는 연극과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화려한 독백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 무대 위 동료들의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가운 기술 너머, 사람의 온기를 담아 '노래하듯' 말하고 싶다.


[Quotes]

고통이나 기쁨, 승리의 이야기는 결코 새롭지 않지만 언제나 전해져야 한다. −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작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면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 못한다. − 요기 베라Yogi Berra(야구선수)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음악을 크게 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피커나 이어폰,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잔잔한 음악보다는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으로 선곡하자. 오바마는 중요한 연설 전에는 항상 에미넴의 〈Lose Yourself〉를 들으며 집중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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