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순대국을 시켰을 뿐인데

by 슈브

오늘 저녁은 차려먹기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집 앞 순대국집을 향해 발걸음을 틀었다. 평일 6시즈음, 나와 같이 오늘 저녁으로 순대국을 선택한 주변 직장인 분들과 주민 분들이 이미 꽤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명이요"


몇 분이시냐는 질문에 짧게 답하고 안내받은 2인석으로 향했다. 마늘이 잔뜩 들어간 이 집의 시그니처 순대국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있는데 60대로 보이시는 중년의 남성 한 분이 두리번 거리며 다가오시다가 비어있던 옆자리에 앉으시고는 다시 두리번 거리시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셨다.


"주문하려는데 내장이나 순대 다 괜찮지?"


친구 분을 기다리시는 동안 먼저 주문 하시나보다 생각했는데 10분 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는지 가쁜 숨을 내쉬며 순대국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중년 남성 앞에 밝게 웃으며 앉는 사람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아빠 미안 조금 늦었지"


"아니야, 순대국 방금 나왔다 어여 먹자"


다정한 아빠의 대답으로 시작하는 부녀의 대화는 따님의 이직한 회사, 동료 이야기로 시작해 요즘 나가는 새로운 모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무슨 모임인데?"


(속삭이듯) "돌싱"


퇴근 직전 같이 저녁 먹자는 딸의 전화에 한 걸음에 달려온 아빠는

딸의 회사 동료까지 기억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뉴스거리를 들먹이지 않고

딸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시종일관 조언이 아닌 공감으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밥부터 먹어'같이 돌려 말하는 귀찮음의 표현도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두 분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으며 순대국을 비워가는데

괜히 속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비교, 조언, 질책, 뉴스 따위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마음 편히 나누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화가 그리웠던 걸까.


며칠 후에 잠들기 전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이른 나이에 짧은 결혼 생활을 정리한 딸이라

아빠가 더 다정한 태도를 보이시는 걸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결론은 '원래 다정하신 거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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