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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Sep 23. 2019

BIG ISSUE KOREA? WELCOME!

영국 빅이슈 본사 방문기

지난 7월 말, 홈리스월드컵 참가를 위해 영국 카디프에 방문했다. 첫 영국, 첫 홈리스월드컵 등 설레는 요소가 가득한 출장이었지만 그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벅차게 한 일정은 따로 있었다. 런던에 위치한 빅이슈 본사에 방문하는 것.


이번 홈리스월드컵이 개최된 웨일즈 카디프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영국의 홈리스 분들을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빅이슈가 시작된 나라’라고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막연한 상상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대회가 시작되면서 그 상상은 한 번 더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었다. 대회가 펼쳐진 경기장 내에서 영국 빅이슈 판매원(Vendor)들이 잡지를 판매하고 있던 것. 그 중 딘Dean이라는 판매원을 통해 빅이슈 웨일즈 사무실이 경기장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Big Issue Korea? Welcome!”


빅이슈 웨일즈에서 근무하는 베스Beth는 갑작스러운 연락과 방문 요청에도 밝은 목소리로 빅이슈코리아를 환영해주었다. 한국판 《빅이슈》 잡지를 챙겨 웨일즈 사무실로 향하는 길은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아쉽게도 연락을 주고받은 베스Beth는 부재 중이었지만 환한 미소의 로티Lotty와 다른 직원들이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판매원과 판매처 모집, 관리부터 잡지 제작 및 판매 부수, 회사 규모, 홈리스 정책 등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쉼없이 오고 갔다. '홈리스의 자립'이라는 동일한 목표 하에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각자만의 방식으로 한국과 영국의 빅이슈가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가진 만남이었지만 깊이 공감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는 런던 본사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틀 후인 8월 1일, 드디어 빅이슈 런던 본사와의 미팅을 위해 기차에 올랐다. 두 시간 여를 이동해 빅이슈 런던이 위치한 핀즈베리 파크역에 도착했다. 생애 처음으로 마주할 런던의 모습을 기대하며 역 출구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행 아니고 출장이자나’라고 말하는 듯 출구를 나서자마자 홈리스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빅이슈가 런던에서 생겨났는지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빅이슈 런던 본사는 역에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사무실 문 앞에는 어김없이 빅이슈의 빨간색 로고가 걸려있었다. 빅이슈코리아에서 근무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했던 로고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찌릿했다. 긴장되는 마음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킨 후 초인종을 눌렀다.


 “Hello, we are from Big Issue Korea." 


드디어 문이 열리고 직원 한 분이 인사를 건냈다. 3시에 러셀Russell과 약속을 잡았다고 말하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1분쯤 지났을까 문이 벌컥 열리며 하얀색 셔츠를 입은 빅이슈 런던의 상무이사 러셀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그의 안내와 함께 사무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담한 건물의 한 층 전체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몇몇 직원 분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사무실 안쪽 미팅 공간으로 들어갔다. 28년의 역사가 느껴지는 각종 트로피, 역대 잡지 그리고 빅이슈 설립자 존버드John Bird의 사진이 회의실을 꽉 채우고 있었다. 앉자마자 서로의 잡지를 주고받은 후 '잡지가 정말 멋지다'는 칭찬과 함께 러셀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빅이슈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라이선스가 아닌 각 국가별로 독립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타국의 빅이슈들과 교류할 일이 많지는 않다. 때문에 이런 만남 자체가 설레고 의미있는 일이며 서로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판매원 분들이 사무실에 방문해 잡지를 구매해가는 한국과 달리 런던은 사무실과 도보로 1분 정도 떨어진 별도의 공간에서 잡지 구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러셀과 함께 잡지 판매처로 이동했다. 멀리서부터 빨간색 글자로 쓰여진 ‘THE BIG ISSUE’를 발견할 수 있었다. 5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었고 잡지를 구매하고 있는 여성 판매원 분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잡지와 기념품을 주고받으며 한국 《빅이슈》 잡지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저 멀리 한국의 빅이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판매처 앞에서의 사진 촬영을 끝으로 빅이슈 런던 본사 방문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중 빅이슈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슈 중 하나인 '홈리스'에 9년째 집중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빈곤 해체를 미션으로 실천하며 홈리스 자립을 돕고자 애쓰고 있는 영국의 빅이슈 임직원들을 마주하니 빅이슈코리아가 나아갈 길이 아직 멀었음이 느껴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빅이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훗날 서로 발전된 ‘빅이슈'로 다시 만날 날을 꿈꿔본다.


*해당 글은 수정본 형태로 빅이슈 잡지 21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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