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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씨걸 Mar 23. 2023

3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편지를 쓰는 오늘은 연차를 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자세한 근황을 이야기하겠지만 한동안 제가 좀 달렸거든요. 하루 전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과감히 이야기를 했죠.


"내일 제가 연차를 써도 될까요?"


이런 쉼의 날은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하루가 통째로 없다가 생긴 날이요. 누군가와 약속을 잡기도 갑작스럽고, 홀로 어디를 나가기에는 망설여지는. 저는 이런 날엔 주로 만나도 전혀 에너지를 쓰지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로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이의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정말 편안한 사람이죠. 오늘도 저에게 있어선 가장 편안한 언니 'ㄱㅇ'과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봄을 만끽하면서요. (흔쾌히 쉬고 오라고 보내준 동료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3월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3월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2월의 편지 그 이후


https://brunch.co.kr/@suuuuuuzy/44

지난 2월의 편지 끝에는 '3월엔 더 건강해지리라.'를 다짐했습니다. 미생의 한 장면을 소개하며 저의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체력을 기르겠다고 했었는데요. 정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3월이 되자마자 했어야 했지만 때마침 코로나에 걸려서 3월 7일부터 시작한 운동이 어느덧 20일째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목적은 회사, 교회, 가정에서의 생활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체력 기르기와 라이프 체인징입니다. 다이어트는 덤이고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이상 다이어트는 '주'가 아니고 '부'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평생 살아낼 체력을 위해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강박적으론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살이 빠지는 속도나 운동 실력이 느는 속도가 느려서 가끔 과거에 마르고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던 나와 헬스장에서 날아다니던 나와 비교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이고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느 순간 달라져있겠죠 뭐. 저 참 자유해졌죠?



3월 정산


3월의 변수 : 코로나 너...? 지금 이 타이밍에?

제가 지난달 편지를 쓰면서 '다음 주 월요일엔 연차를 냈기 때문에 좀 일찍 보낸다.'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문장에서도 묻어 나오던 그 신남을요. 그런데 앗차차! 그 월요일이 되자마자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그 코로나, 한 달 전부터 낸 휴가날 딱 걸렸지 뭐예요. 기가 막혔습니다. 그리고 예정되어 있던 스케줄은 전면 취소. 바로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했던 건, 예정되어 있던 장소에서 휴가를 보내지 못하게 된 사실 자체는 아쉬웠지만 전혀 슬프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이렇게 찾아온 변수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어도 괜찮더라는 거죠. 대신에 '이 격리 기간을 통해 더 큰 즐거운 일이 있을 거야'라는 확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엄청 아팠습니다ㅎㅎㅎ 처음 걸려서 그런 건지 요즘 코로나가 독한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약이 안 들어서 중간에 약도 바꾸고 했는데도 또 약이 안 들어서 거의 4일간은 누워만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론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큽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돌보지 못했던 집의 구석구석을 돌보았고, 저를 기억해 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기운을 차리고 나서는 줄곧 집밥도 해 먹었으니까요. 이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못했을 일들이죠. 이렇게 생각하니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 '변수'도 적응이 되더라니까요?



3월의 꾸준함 : 월요일의 글쓰기

저는 줄곧 기록해 왔던 사람이지만 한창 바쁠 때는 불규칙적일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월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론 매주 월요일 저녁엔 'ㅈㅇ'언니와 뭐라도 쓰고 있습니다. 이건 언니와 제가 둘이 만든 글쓰기 모임인데요. 퇴근 후 7:30~8:00 사이에 만나 각자 할 일을 하는 거죠. 한 번은 저희 집 근처에서 한 번은 언니집 근처에서 한 번은 페이스타임으로. 벌써 몇 주 차가 되었는데 그 사이 저는 매월의 편지를 3번째 쓰고 있고, 블로그엔 다시 운동을 시작한 스토리 '내 꿈은 헬스깡패'를 러프하게나마 쓰고 있고 4월엔 건강 관련 뉴스레터를 내볼까 기획 중입니다. 사실 꾸준함이란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영역 중 하나인데요. 하다 보니 하게 된 건데 누군가 말해줘서 알게 된 장점인 케이스예요. '아, 아게 나의 장점이구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는 이런 꾸준함이 언젠가 힘을 발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고요. '월요일의 글쓰기'는 언제 어떻게 힘을 발휘하게 될까요?


3월의 일 : 돌파구를 찾기

회사에서는 다이내믹한 3월을 보냈습니다. 아직 3월이 제일 바쁜 한 주가 남아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3월 초에는 아주 살짝 일에 권태가 찾아왔습니다. 지점을 옮기고 지난 두 달 동안 제가 해야 하는 업무들에 '수지패치'를 장착해 두었더니 챌린지보다 루틴업무가 훨씬 많아졌거든요. (저는 루틴보다는 주도적으로 이니시에이티브를 해결해 나가는 챌린지 업무를 더 좋아합니다. 그 상황에서 발휘되는 팀워크에서 희열을 느끼고요. )  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일'보다 '쳐내는 일'의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들자 제가 지금 여기서 도움이 되고 있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정도 이런 감각이 지속되자 팀장님께 개인적으로 DM을 보냈습니다.

"ㅅㅁ님, 지난번 저에게 말씀하신 티타임 아직 유효한가요? 고민이 있는데.. 지점에 혹시 언제 오세요?
"수지님, 물론이죠! 다음 주 목요일쯤 예정입니다."
"그럼 일단 그날 뵙는 걸로 하고, 그전까지 돌파구를 찾는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티타임을 요청한 것이 무안할 정도로 그 돌파구를 아주 금방, 가까이에서 찾았습니다. 프로모션으로 인해 지점이 정신없이 굴러가는 3월, 나는 어떤 역할로 지점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 중이라는 솔직한 속내를 지점 파트장님과의 위클리에서 말했더니 바로 해안을 주시던 걸요. '다른 이들이 손을 뻗기 어려운 영역에 손을 뻗고 그 일을 내 일로 만들기'요. 덕분에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고 지점에 이전보다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아, 여기서 이야기한 저의 돌파구란 '도움을 필요하다고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그리고 팀 안에서도 먼저 도와주겠다며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 거죠.  


3월의 챌린지 : 쉘 위 댄스? _ 손을 먼저 내밀기

이번 달 챌린지는 누군가에게 우리 앞에 깔린 춤판에서 같이 뛰놀아보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저에게 내미는 손이 있다면 그 손을 잡아도 보는 것입니다. 아직 3월이 많이 남았으니 한창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는 "이런 것도 써서 척척 잘도 보내고 아이스 브레이킹도 잘하는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맞는 소리예요. 하지만 저는 상당히 낯가림형 인간이고, 깊은 관계를 맺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제가 속한 그룹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쪽에 더 가깝죠. 그렇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올 때나 먼저 다가가야 할 때 상당한 경계심을 갖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을 잘 기억하고, 소외된 사람을 잘 발견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여러 명이 있을 땐 기가 빨리지만 1:1에서는 강하고요. 그러니 그런 재주와 강점을 살려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왜 '더 글로리'에서도 주여정 선생(이도현)이 문동은(송혜교)에게 당신을 위해서 기꺼이 그 망나니 칼춤을 춰주겠다고 하잖아요. (이거 스포 아님) 그런 것처럼 저도 누군가의 주여정이 되어보는 거죠.
지금까지는 두 명의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보았습니다. 저는 각각에게 요즘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물을 거고,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그리고 가장 소망하는 건, 그 두 사람도 제 손을 잡는 거고요. 그 둘이 또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고요. 이런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면 좋겠습니다.


3월의 콘텐츠 : 더 글로리 파트 2 (스포 있을지도?)

자연스럽게 '더 글로리 파트 2'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넷플릭스에 3월 10일에 공개된 이후로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죠. 순위 1등인 건 입 아프고요. 그럴 수밖에요.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트 1이 익숙한 소재를 복수극과 엮어서 신선하고 '송혜교 배우'의 연기 변신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로 등장했단 점에서 더 흥미롭긴 했습니다만 마지막화에서의 여정과 동은의 역할이 트레이드되면서 그 이후를 상상하게 만드는 전개 때문에 파트 2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동은이 여정에게 이젠 그 망나니 칼춤을 자신이 추겠다는 포인트가 참 감격적이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완벽한 구원을 이룰 순 없지만 동은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되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회자될 만해요 정말. ("나 너 좋아하냐?" 라든가, "애기야 가자~" 라든가,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예뻤나?" 같은 대사를 쓰던 그 김은숙 작가 맞나고요.)


3월의 소비 : 어쉐어 2리터 물병

아침에 운동가는 길에 1분 비디오를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하는 것이 저의 하루 일과 시작입니다.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건강에 대한 단상 그리고 일상의 인사이트 등을 나누고 있습니다. 꾸준히 봐온 팔로워들이라면 다 아는 그 물병! 샀습니다. 2리터로요. 고민의 주제는 '2리터로 살지 vs 1리터로 살지'였는데 투표에 참여한 인원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휴대하려면 1리터를 사라는데 체크를 했더라고요. 하지만 그 말을 안 듣고 처음 사려고 결정했던 마음 그대로 2리터를 샀습니다. 일부러 회사로 택배를 시켰는데 택배 배송 문자가 오자마자 얼마나 신나게 언박싱을 했는지! 대만족 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신장 기능이 악화될 수 있지만, 2리터 정도는 성인 하루 권장량과 엇비슷하기도 하고요. 물을 자주 마실 때와 아닐 때 피부 차이를 몸소 느끼기도 해서 커피를 제외하고 2리터 마시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요. 생각보다 잘 되진 않아요. 그냥 저는 그 2리터 물병이 사고 싶었던 거죠. 예쁘니까요. 제 물병을 실물로 보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꼭 후기를 물어봐주세요. (링크는 아래에 첨부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zheshishenme/products/6819876004?NaPm=ct%3Dlfl6s388%7Cci%3D8ba0ca61c9499aad0b2c098056c2f6db3ffc6350%7Ctr%3Dsls%7Csn%3D1209632%7Chk%3D7d58c029391a463b7a43d0d150601ed5811c3ae1


3월의 레시피 : 에그릭 샌드위치


3월 정산은 물병에 이어 도시락으로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요즘 도시락 메뉴로 푹 빠진 에그 그릭 샌드위치! 정말 단순해요. 구운 통밀빵에 삶은 계란을 으깨 만든 스프레드를 잔뜩 넣어서 매직랩으로 싸면 끝.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요네즈나 머스터드 조합이 아닌 그릭요거트가 들어간다는 것!

- 재료 : 통밀식빵 2장, 삶은 계란 2개, 소금 약간, 건 크랜베리 한 숟가락, 그릭요거트 1큰술
- 레시피 : 삶은 계란을 으깨서 소금 간을 하고 그릭요거트에 버무린다. 씹는 맛이 필요하다면 건 크랜베리로 상큼함을 추가한다.

삶은 계란에 그릭요거트 상상도 못 한 맛이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그릭요거트를 만들기를 집에서 공장처럼 가동 중이고, 계란 한 판은 사면 미리 계란을 삶아두기 때문에 만드는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요. 매직랩을 반으로 가르면 비주얼도 그럴싸해서 도시락 쌀 맛이 납니다. 외식은 안 할 건데 도시락으로 기분내고 싶은 날 딱인 메뉴로 추천합니다.


4월은


4월도 요즘과 비슷한 스탠스로 일상을 보낼 것 같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고, 저 자신도 잘 돌보면서요. 그리고 또 저는 이렇게 글로 전하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예전부터 저의 숙원사업이었던 건강에 관한 뉴스레터 '보울'을 4월부턴 본격적으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글쓰기는 시작했는데 '이게 아닌데..' 싶어서 어디다 못 내놓고 있어요. 아무래도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4월에 시작하지 못한다면,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또 다른 고민은 4월에 스타일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불치병이 있는데요.. 단발병... 성인이 된 이후로는 거의 단발로 살다가 처음으로 이렇게 길어보고 있는 중인데, 봄이 되니 좀 가볍게 하고 싶기도 하고 기른 게 아까워서 펌을 해볼까도 싶고요. 제가 미용실에 돈 쓰는 걸 진짜 아까워하는 편이라 아직까지 결단은 못 세웠는데요. 주변에서 좋은 의견을 주시면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제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유퀴즈에서 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겠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너무 집중하진 않고 큰 그림을 보는 것. 그럼 언젠가 진짜 중요한 순간이 가장 더 아름답게 보이겠죠.


이 편지가 아침에 갈지, 늦은 밤에 갈지 모르겠습니다. 조성진의 헨델 감상하시죠.

https://tv.naver.com/v/34237706


23.03.23. Thu

우리 집 책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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