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대학 MBA합격 후기③

일본 대학 MBA에 도전해 보고서

by 자까

(이전 글 '후기'에 이어 계속됩니다.)



【메이지대학 면접 후기】


면접 당일 오챠노미즈역으로 향하는 전차 안에서 나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긴장도 설렘도 걱정도 없는 상태. 분명히 뭔가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걸까.(웃음)
전날 늦은 시간까지 면접 준비를 한 덕분인지 ‘그래 이 정도로 했는데 안되면 그냥 가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무감각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할 수 있는 준비는 이미 다 했고, 오늘은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날일 뿐이라는 마음이었으리라.

학교에 도착해 메이지대학 건물들을 마주했을 때도 감탄하거나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다. 캠퍼스(캠퍼스라고 하기 민망한 크기이지만)의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안내를 받아 곧장 면접 대기실로 향했다. 접수증을 제출하고 자리에 앉자, 그제야 목이 조금씩 말라오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 새로운 내용을 외우려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의 방향만 정리했다. 사소한 문장보다 대략적인 맥락, 장황한 표현보다 구체적인 이유. 그 정도면 되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면접 대기실

・면접 분위기

면접은 면접관 3명 대 지원자 1명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안내받은 면접 시간은 10~15분 정도였지만, 나의 경우 질문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20분 정도 진행됐다.
우선은,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 내 답변을 차분히 듣고 그에 대해 한 단계 더 파고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면접관마다 담당 파트가 있었고 그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경력 관련 질문

질문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력 소개
나는 회사명과 직무를 나열하기보다 어떤 유형의 일을 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특히 가장 규모가 컸던 프로젝트 하나를 예로 들며 프로젝트의 목적, 프로젝트의 예산과 인원 규모, 그리고 내가 맡았던 역할과 책임 범위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질문 2.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 방법
다양한 스테이크홀더 간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현장은 현실적인 제약을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부문은 성과와 속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단순히 툴을 도입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화와 비즈니스 개선이라는 목적을 숫자와 자료로 반복해서 설명했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항상 미소로 대응하며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경영층을 위한 설명의 언어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고 그 문제를 미래에는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본교에 지원했다고 답변했다.


질문 3. 전직이 잦은 이유

사실 나는 경력에 비해 전직 횟수가 적지 않은 편이다. 뭐 이쪽 업계에선 종종 있는 일이지만.
전직 횟수가 많은 것이 다소 진중하지 못한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전직을 할 때마다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그때 그때 목표로 했던 경험과 역할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달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도 목적이 명확하다면 다양한 기회에 능동적으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질문 4. MBA를 통해 해소하고 싶은 한계와 이후 커리어

첫째는 고객사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신뢰도 높은 관점을 갖추고 싶다는 점. 재무, 기업가치, 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변했다.
둘째는 장기적으로 임원급 역할을 맡게 될 기회가 왔을 때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싶다는 점이었다.
기업가로서 어떤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냐는 추가 질문에는,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직접 경영자가 될 목적으로 입학을 결심했다기보다는, 경영자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며 조직의 방향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인성 관련 질문

질문 5. 본인의 강점
경력적 관점과 인성적 관점으로 나누어 답했다. 먼저 경력적 관점으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리드한 경험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벤더를 조율해 온 점을 어필했고, 인성적 관점으로는 항상 잃지 않는 ‘미소’를 어필했다. 컨설턴트 업무 그리고 그 현장은 항상 시간의 압박에 쫓겨 모두가 여유 없이 일하기 일쑤이며 삭막한 얼굴이 될 때가 많은데, 바쁜 현장일수록 웃는 얼굴과 감사 인사가 현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고, 실제로 그런 점을 고객에게 인정받은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 6. 추가 질문
아, 뭔가 하나 더 받았던 거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쯤 되니 머릿속이 하얘져 있었던 걸까.(웃음)


・연구계획서 관련 질문

중소규모 기업의 기업가치 향상을 연구 주제로 삼은 이유와 어떤 기업을 상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예컨대, 본인의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고객사라면 요인들을 특정하기 쉽지 않고 연구방법도 현실적인 한계들이 많아 본인 회사보다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 질문에서 슬슬 속옷이 젖어가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심정으로 무의식의 극의(?)로 대답해 버린 탓에 이쯤부터 사실 나도 내가 뭐라고 한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몇 번이고 재차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는 와중에 마지막에는 현재 계획에 논리적 허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입학 후 교수와 동료들의 조언을 받아 연구 주제와 방향을 수정·보완해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사실 원래 의도하고 준비한 내용은 자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도 모르게 피노키오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답해버린 점은 지금도 많이 아쉽다.
... 진짜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나만의 필살기, 마지막 한마디

면접이 끝나자 ‘자 면접 모두 끝났습니다. 퇴실하시면 됩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래, 이 순간, 눈에 띌 만한 나만의 매력을 전달해야 한다. 과하지 않고 진솔하고 차분하게.

‘실례가 되지 않으면 마지막 한마디 남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질문했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어느 방송인이 티비프로그램에서 말한 내용을 활용해서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현업에서 느낀 여러 가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학생’이 되려는 선택을 했다. 학생이란 한자로 풀이하면 배울 학에 날 생자를 쓰고 이건 한국어나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배운다는 것은 영어로 Study라고 하는데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Student)을 단순한 러너(Learner)로 오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Study란 말의 어원을 보면 독일어 Studieren에서 파생한 걸로 알고 있고 이는 단순히 공부하다, 배우다의 의미뿐만 아니라, 연구하다의 의미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MBS에 입학한다면 단순한 러너가 아닌 내가 필요한 것과 요구되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천착하는 학생으로서, 그러한 MBS 패밀리로서 성장하며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위와 같이 답변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면접관이 나를 다시 불러 앉혔다.

“요코하마 쪽에 사시죠. 오챠노미즈까지 오려면 쉽지 않을 텐데, 합격하면 수업에 늦지 않게 잘 다녀주세요.”

20분 동안 가장 강렬했던 그 말은 결과 발표날까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굳이 탈락시킬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발표날까지 설레는 며칠을 보내면서도 혹시 아닐 경우의 상실감까지 미리 걱정했던 시간이었다.


・면접장을 나오며

면접실을 나와 건물을 내려오면서도 크게 안도했다거나, 해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108번뇌(?)를 느끼게 하는 면접관의 마지막 코멘트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하나 분명했던 건, 내가 준비한 이야기는 모두 꺼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후회가 남는 질문은 있었고, 조금 더 잘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순간도 떠올랐지만, 그 역시 지금의 나였다는 점에서는 솔직했다. 특히 연구계획서 관련 질문에서는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답변이 정돈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순간적으로 생각의 방향이 흔들렸고, 말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면접관들의 질문은 단순히 내 경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쯤에 서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면접이 끝난 후의 피로감은 긴장 때문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오래 들여다본 데서 오는 피로에 가까웠다. 짧은 시간 안에 지금까지의 경력, 고민, 한계, 바람을 정리해 보여준다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한마디에 힘을 쏟은 이유

사실 면접을 준비할 때부터 흔들림 없이 사수했던 나만의 믿음은 10분, 15분이라는 너무나도 찰나와 같은 시간에 유성처럼 강렬하게 반짝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엔 비슷한 사람들이 와서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텐데, 그 짧은 시간에 나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 나만이 전할 수 있는 재치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눈에 띌 수 있는 확률을 높일 것이고, 그것이 합불을 가르는 촉매제가 될 거라 생각했던 까닭이다.

면접 말미에 건넨 마지막 한마디는 사실 전략적으로 준비한 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단순히 합격을 위해 던진 문장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떤 자세로 배우고 싶은지를 정리한 선언에 가까웠다. 그 적절한 예시와 문장을, 미디어를 통해 참고했고 간결하게 정리했고 말이다.

그래서 면접관의 ‘합격하면 수업에 늦지 않게 다녀주세요’라는 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그 말은 결과를 암시했다기보다는, 이미 그 공간에 한 발 들여놓은 사람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학교의 구성원이 된 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하게 되었다.

물론 전술한대로 그 기대는 곧바로 불안으로 전환되는 진자운동을 반복했다. 혹시 나만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닐까, 괜한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며칠 동안 내 마음은 중력을 거슬러, 거칠게 상하운동을 이어갔다.


・마무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여러 번 생각했다. 만약 이번에 안 된다면 나는 다시 지원할 수 있을까.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시 해볼 것 같았다. 그만큼 이 과정이 내게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내 삶의 방향을 확인하고 진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귀찮고 걱정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일련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면접은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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