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대학 MBA합격 후기②

일본 대학 MBA에 도전해 보고서

by 자까

(이전 글 '후기①'에 이어 계속됩니다.)


【서류 작성 포인트】

MBA 지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당황했던 건, 일본 대학원 입시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너무 적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국내 MBA는 블로그 후기나 합격 수기, 강의까지 자료가 꽤 풍부한 편인데 일본 대학은 그렇지 않았다. 각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건 정제된 안내뿐이고, 실제로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대부분 지원자 몫이었다.

주변에 MBA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석사논문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학교를 졸업했거나 제출하지 않아도 되던 시기에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작성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MBA 준비 학원 같은 곳들을 알아보면 온라인 강의가 대부분이거나 그마저도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내 힘으로 어떻게든 최대한 겪어나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분명하게 느낀 포인트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째, 진심으로 나의 이야기를 쓸 것

가장 기본적이어서 말하기 민망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서류를 쓰다 보면 자꾸 추상적인 표현으로 도망치게 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조직 전반을 조망하는 시야의 필요성 따위와 같은 말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문장은 누가 써도 비슷하다. 그리고 아마 교수들도 수없이 봤을 것이다.

대신 나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했다. 현업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마주한 조직의 구조적 문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 등 그런 경험을 숨기지 않고 일기 쓰듯 그대로 적었다.

커리어 플랜 역시 마찬가지다. 막연히 경영진이 되고 싶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그 말 뒤에 반드시 구체적인 맥락이 따라오리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왜 그 역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걸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솔직히 말해 이런 고민을 깊게 해본 적이 없다면 MBA 서류 작성은 당분간 잠시 미루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서류는 미래의 계획을 적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의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기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둘째, 논리적으로 보기 좋게 작성할 것

진심이 아무리 깊어도 글이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느낀 건 글의 구조였다.(사실 모든 글을 쓸 때의 중요한 지점이다)

전체 글에는 분명한 서론, 본론, 결론이 있어야 하고, 각 문항에 대한 답변은 가능하면 두괄식이 좋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처음 문단에서 분명히 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이다. 일관적인 방향과 일정한 흐름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느낀 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은 뭐고 그걸 이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셋째, 학습계획·연구테마(석사논문 계획서)는 부담을 덜고 쓸 것

우리끼리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석사논문 계획서를 작성할 때의 학습계획과 연구테마, 연구방법이었다. 나는 연구 방법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무지랭이다. 정성 연구니 정량 연구니 하는 말들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면 대부분의 지원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수 입장에서 봐도 이 단계에서 군계일학인 지원자는 드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은 ‘이제 배우러 오는 사람’일 테니 말이다. 어차피 MBA 지원자 대부분은 현업에서 바로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지금의 수준이 아니라, 배우려는 방향과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요는, 너무 과하게 꾸밀 필요 없다는 거다. 여러 작성 요령과 사례를 찾아보며 하나씩 문장을 쌓아 올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성실하게 고민한 흔적이고 읽기 좋게 나열해 두면 될 일이라 생각한다. 단, 본인이 이 부분 작성에 불안감이 있다면 여러 예시를 찾아 조사해 보고 가능하면 주변에 조언을 구해보며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연구의 전체상은 어떠한지, 어떤 부분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지, 연구 주제는 타당한지, 해당 학교에서 연구할 수 있는 주제인지, 담당할 만한 교수가 있는지, 연구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오래 생각하며 작성해야 한다. 연구 방법론을 잘 모르겠다면 전술했듯이 다양한 작성 사례나 논문들을 참고해 보길 권한다. 한 번 쓰고 끝이 아니라, 스스로 여러 번 읽어보며 연애편지 쓴다 생각하고 다듬고 정리하고 또 다듬으며 조금이나마 부족한 부분은 면접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해두길 권한다. 이미 연구를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인가,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인가를 보기 위한 장치라는 걸 잊지 말자.

서류를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나 자신을 많이 마주하게 만든다. 왜 이 길을 가고 싶은지,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MBA 서류 전형은 시험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쓰는 긴 편지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그 편지를 솔직하게 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준비의 절반은 끝난 셈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준비 중요 포인트】

면접은 서류 전형의 연장선이지만, 동시에 완전히 다른 무대다. 글로는 괜찮아 보이던 문장도 입으로 꺼내는 순간 힘을 잃을 수 있고, 반대로 평범한 문장 하나가 목소리와 표정 덕분에 살아나기도 한다.

어쩌면 면접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쓴 이야기를 내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닐까.

그러한 관점에서 준비한 포인트는 크게 다섯 가지였다.(물론 고려한 내용은 더 있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여기에선 5가지 포인트로만 설명하고자 한다)


1. 내가 쓴 내용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을 것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했다. 연구계획서와 지원 동기를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읽고 문장을 외우기보다는, 왜 이 문장을 썼는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면접관의 공격(?)에 완벽한 수비는 힘들더라도 최대한 덜 실점하기 위해서는 비어 있는 구멍을 메우려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나는 내가 쓴 모든 문장에 대해 왜 이 표현을 썼는가를 스스로에게 설명해 봤다. 막히는 문장은 다시 고쳤고 설명할 수 없는 문장은 과감히 버렸다.


2. 왜 하필 MBA인가 말할 수 있을 것

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하필 MBA인가?

막연한 성장 욕구나 스펙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현업에서 느낀 한계 → 그 한계를 느끼게 된 구체적인 상황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 → 그 관점을 배우기에 MBA가 적절한 이유.

이 흐름을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중요한 건 논리의 연결성이리라. ‘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러이러하므로 꼭 필요하다’로 귀결시키는 연습을 했다.


3. 왜 이 학교여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왜 하필 우리 학교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학교 홈페이지만 대충 훑고 온 사람과, 깊게 고민하고 준비한 사람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날 거라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그 학교의 커리큘럼, 교수진, 수업 방식, 졸업생 진로를 내 이야기와 하나씩 연결해 봤다. 단순히 ‘이 과목이 좋다’보다는 ‘내가 겪은 이 문제를 이러이러한 수업을 통해 이렇게 풀어보고 싶다’, 이 학교의 강점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싶다’, ‘이 학교의 인재상과 방향성에 공감했다’ 정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했다.


4. 현업에서 느낀 한계와 MBA 수료 이후 이루고 싶은 것

면접관이 진짜 보고 싶어 하는 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보다 어디에서 막혔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공담보다는 답답했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준비했다. 결정권이 없어 답을 알고도 실행하지 못했던 경험, 프로젝트는 관리할 수 있지만 조직 구조나 재무 구조,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들. 그런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간결하게 쏟아내려고 의식했다.

그리고 그 한계를 MBA를 통해 어떻게 넘어가고 싶은지, 졸업 후 어떤 방식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지를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5.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필살기, 마지막 한마디

전술한 내용을 비롯한 그 외의 기본적인 준비 내용들을 제외하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건, 나만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한마디였다. 면접이 끝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남들과는 차별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문장.

그 문장은 화려할 필요도, 감동적일 필요도 없다. 다만 진심이어야 한다. 나는 그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주 솔직한 말로 준비하고 싶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워 들었던 이야기를 활용해 나만의 한마디를 준비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할 면접 후기에서 적도록 하겠다)

기본적인 내용을 충실히 준비했고 온전히 보여준다는 전제라면,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이는 경력이나 스펙이 아니라, 면접관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그 마지막 한 문장의 온도에서 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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