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일본 생활의 장점에 대하여)
요즘은 유튜브도 있고 여기저기 커뮤니티도 많은 까닭에 조금만 알아보면 일본 생활의 명암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현실적인 문제들, 중요하다. 막연한 환상만을 품고 뛰어들었다가 어두운 그림자를 하나씩 만나게 될 때면, 일본 생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 생활이라는 큰 집을 짓는데, 달콤한 이야기에 휩쓸려 기반 설계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실생활과 관련한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 내용은 본인의 경험과 통계자료를 기초로 하되, 보고서가 아닌 만큼 글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통계자료의 첨부는 최소화하고자 함을 미리 밝혀둔다. 아울러 이 글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비교가 아닌, 일본 생활을 하며 체감했던 주요 특징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서술할 내용은 일본 취업 및 현실적인 부분과 밀접한 문제로 한다. 예컨대 ‘조용하다’, ‘깨끗하다’, ‘느리다’, ‘방사능 위험’ 등의 일반적인 특징은 논외로 하고자 한다. 또한, 내용에 따라서는 모든 경우의 수가 아닌 대체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함을 밝힌다. 따라서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참고 정도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이를 서두에 밝히는 이유는, 도망갈 퇴로를 만들어 두기 위함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혼란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1. 충분한 일자리
취업 자체가 어렵진 않다. 일본의 청년 취업률은 꾸준히 90%대를 유지하고 있고 작년에는 98%에 달했다. 반대로 청년실업률을 살펴보면(2017년 기준) 4.1%로, 한국의 그것(9.5%)과는 제법 차이를 보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유효구인배율(구직자와 일자리의 비율을 정리한 수치)은 작년 기준, 전체 1.61배이고 정사원 유효구인배율은 약 1.1배로 나타났다.(참고사이트)
말하자면,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60여개이고 정사원 일자리도 구직자수만큼 있는 셈이다. 요 몇 년 간은 일본 취업시장에 있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휴학까지 하며 수개월간 취업활동을 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적어도 취업 자체가 어렵진 않으리라 체감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아 대기업으로의 몰림 현상이 덜한 까닭에 취업활동 기간이 길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중소기업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6할 수준인 것에 반해, 일본의 중소기업 평균임금은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의 8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졸 초임의 경우는 더욱 올라간다.)
2. 기업 문화
다양한 기업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한국에 비해 좋다고 느낄 만한’ 특징을 말해볼까 한다. 기업 문화는 느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데다가, 기업마다 다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까닭에 절대화하여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체감했던 전반적인 부분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안정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년을 보장하고 있고 오히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정년연장을 추진중이기도 하다. 입사하면, 큰 사고를 치거나 회사가 도산하거나 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개인적인 언행이 비교적 자유롭다. 업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견을 숨기거나 무조건 동조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의 의견만을 고수하며 우기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적어도 직급을 떠나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토론은 가능한 분위기라 생각한다. 외국인 사원이라면 더욱 더.
휴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유급휴가 신청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곳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가 너무나 많아 바쁜 상황이라거나, 수직적인 문화가 남아 있는 일부 기업(특히 전통 대기업 등)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것이 허용된다.
회식이나 점심시간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억지로 회식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불참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 강제로 술을 권하지도 않는다. 술을 못 마시면 그냥 우롱차를 시키면 된다. 매일같이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다 같이 우르르 갈 필요도 없다. 몇 명이서 같이 먹어도 좋고 혼자 먹어도 좋다. 회사 직원들(일본인)에게, 한국에서는 보통 점심시간에 다 같이 먹으러 가는 분위기라고 말해줬더니 다들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3. 일상의 피로도 최소화
비교적 일상의 피로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일과 사생활이 비교적 잘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이 덜하다. 퇴근 후에나 주말에 직장과 관련한 단체톡에 시달릴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민폐 행위를 제외한 행동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도 피로도를 최소화한다. 길거리에서 코스프레를 하든 뭘 하든 상관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만 아니라면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민폐(迷惑)를 극도로 꺼리면서도 철저히 자신의 페이스(pace)대로 살아가는 문화, 이 곳의 일상이다.(그래서 때로는 한국이 더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친절함도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 산 지가 제법 되는 까닭에 실감하지 못할 때가 왕왕 있지만, 다른 나라에 가보면 확실히 느끼곤 한다. 아, 일본은 엄청 친절한 편이었구나. 접객 서비스 등 일상적으로 친절함을 마주하기 쉬운 환경이다 보니, 불친절로 인한 불쾌함과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테다.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은 다르겠지만 일상에서의 피로감이 적다는 것, 그로 인해 비교적 여유를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일본 생활의 분명한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다음 글 'Part 2'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