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봐.

10년 전의 이미지를 꺼내보며.

by hong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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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이 한 장의 사진.

이제는 AI로 ‘딸깍’ 하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초등학생조차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


하지만 그 시절은 달랐다.

인스타그램조차 막 태동하던 때, 만우절 장난으로 올린 이 사진 한 장은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켰다.

도파민이 넘쳐나지 않던 시대였기에, 사람들은 더 쉽게 믿고 더 깊이 궁금해했다.

“저곳이 어디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거대한 태권브이가 건물 위에 전시된 장소가 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웹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저 재미로 만든 이미지였지만, 광고 이미지를 다루던 시기의 감각과 아트디렉터의 손을 거친 결과물은

지금 다시 봐도 잠시나마 현실을 흔들 만큼 설득력을 지닌다.

만우절이라는 맥락이 있었기에 웃고 넘길 수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번쯤 의심하고, 또 믿었다.


그리고 지금,

색이 바랜 이 이미지를 다시 꺼내 들며 느끼는 감정은 묘하게 혼란스럽다.


이미지는 더 이상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다.

끝없이 복제되고 변형되며, 우리의 삶 속에 또 하나의 기억처럼 쌓여간다.


어쩌면 한 세대가 지나면,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가려내는 일조차 의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의 우리는,

워터마크처럼 암호화되지 않은 진실을 의심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매일이 만우절인 세계 속을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린 지금도 거짓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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