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생은 취미가 많았다.
세계 우표를 모으기, 카세트테이프 모으기, 동전 모으기 등등
여러 종류의 모으기를 했다.
지금은.. 옷을 모으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으기 취미 중 내가 제일 반겼던 모으기는 샤프였다.
알록달록.. 문방구에서 보이는 샤프는 모두 동생의 샤프 상자에 있었다.
내가 반겼던 이유는 동생 몰래 이것저것 바꿔가며 가지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도 그게 좋았는지 중학생 때까지도 그 취미는 이어졌었다.
그리고 공부를 곧잘 하던 동생의 취미에 어른들도 값비싼 샤프들을 선물로 주셨다.
물론, 그 값비싼 것들을 몰래 가지고가 머리채를 잡고 싸운 적도 있다.
어느 날, 전학을 하고 세 달쯤 지났을까..
나는 반에서 샤프 도둑으로 몰렸다.
당시에 조금 특이한 모양의 흔들 샤프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예쁘다 소리가 나오던 샤프였다.
나는 어느 날 전과 다름없이 동생의 샤프 상자에서 몰래 가져갔다.
그리고 그 날 내 자리를 지나가던 같은 반 아이가 내게 물었다.
"이거 네 거 맞아? 수진아! 네가 잃어버린 거 이거 아냐?"
"??? 이거 내 거야"
"그거 어디서 샀어?"
"동생이 산거라서 어디서 샀는지는 몰라"
"거짓말. 너 그거 훔친 거지?"
"아니야!"
반장이었던 짝꿍이 중재를 했지만, 결국 동생까지 소환했다.
친구와 동생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나에게 와서 사과했다.
오해했다고 미안하다고.
동생은 본인의 수집품에 표식을 해두었었고,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며 표식이 있으면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했다고 한다.
하아.. 나는 야무진 동생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동생에게 그간의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 후로 다신 동생의 샤프 상자에 손대지 않았다.
대신 동생이 줬다. 훈훈한 마무리 같지만..
나는 그 후로 동생의 모으기 취미가 바뀔 때마다 내 용돈의 일부를 그 취미에 보탰다.
정말 야무진 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