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고기의 추억

by 수야

자식이 예뻐도 예쁜 티를 못 냈다는 아버지.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항상 무뚝뚝했다.
조잘조잘 떠들 때면 시끄럽다고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니 그 면박이 귀여울 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늦둥이 동생 덕에 알았다.
늦둥이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몰랐을까??

늦둥이 막내가 생기고 아버지는 사업을 확장했다.
막내랑 더 오래 살겠다고 담배도 끊으셨다.
일밖에 모르시던 분이 엄마랑 운동을 다니셨다.

2년 뒤, IMF가 터졌다.
우리 집은 어려워졌다.
집은 암울했고 시끄러웠다.
어느 날 아버지와 둘이 집에 있었다.
이사 가기 일주일 전쯤이었던 거 같다.
점심을 먹으려고 상을 차리는데 "나가서 먹자" 한마디-

아버지와 처음으로 단둘이 밖에서 밥을 먹었다.

갑자기 외식을 하자고 하시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기죽어 있는 큰딸이 보기 안쓰러웠을 테니까.

국물이 자작한 소불고기였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눈물이 났다.
애써 웃으며 밥을 싹싹 비웠다.
깨작거리면 아버지가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날의 그 불고기는 쓰디썼다. 쓴맛이었다.

15년이 지나 아버지 생신상을 차려드렸다.
메뉴는 불고기. 아버지는 밥을 싹싹 비우셨다.
"예전에 너랑 둘이 먹었던 거보다 별로네~ 밥 좀 더 줘봐"
맛있다는 말이었다.
둘이 마주 보고 깔깔 웃었다.
쓰디쓴 맛이 달달한 맛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