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조: 織造] 나만의 템포

성긴 시간의 궤적

by 파르크

예전 회사에서 제 몫을 못했다는 자책을 안고 퇴사를 한 뒤 거즘 10개월 가량을 하릴없이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그동안 성글게 보낸 시간들이 내 발목을 붙잡는 그물이 된 것 같아 지독한 회한에 잠겨들었다.

밀도낮은 삶을 되짚을수록 인생이 값어치 없게 느껴졌다. 후회스러운 과거와 아득한 현재, 그리고 두려운 미래 사이에서 나는 꽤 오래 앓았다.


보통 2년 주기로 직장과 직업을 옮기며 살았더니, 들쭉날쭉 짜인 경험의 패턴이 볼품없고 헐거운 누더기같았다. 분명 의도가 있어 내린 선택들 이었음에도 의구심이 피었다.


​'나의 선택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던 변주였을까, 아니면 그저 비겁한 회피였을까.'


이런 의심들 속에 ​엉망으로 꿰진 실타래를 풀지도, 그렇다고 잇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시간만 보냈다. 그렇다고 마냥 멈춰 있을 순 없기에, 어찌저찌 다시 시간을 짜 내려갔다.


이미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버린 직조물에 아쉬움을 안고 또다른 실로 또다른 패턴을 이어나가는데, 어느 순간 나의 궤적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성긴시간이라고 치부했던 것들이 나를 빛내주는 무늬가 되고 나의 실력을 받쳐주는 안전망이 되었다. 버려진 여백이라 여긴 경험들이 쓸모를 찾으며, 느슨한 조직과 얼기설기 엮인 불규칙한 매듭들이 나만의 고유한 패턴이 된 것이다.



​반전을 실감하던 중에 마주한 이 작품은, 그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생각을 그대로 형상화한 듯했다. 서로 다른 질감의 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교차하며, 때로는 성글게 때로는 빽빽하게 채워진 모습이 마치 인생의 단면 같았다.


​고르게 촘촘해 발에 걸릴 것 하나 없는 페르시안 양탄자 같은 삶을 동경했었다. 하지만 이젠 누구나 자신만의 템포로 생을 엮으며 저마다의 독창적인 문양을 만들어 간다는 걸 머리와 마음이 안다. 쉬어가는 틈과 팽팽히 당겨지는 날올들이 모여서 빚어낼 나의 완성작이 어떤 형태일지라도, 이제는 기꺼이 긍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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