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수년 전, 우리집 그녀가덕질의 세계에서 이제 겨우 '응애, 응애'나 하던 시기.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던 스타는 다름 아닌 박보검!!! 박보검을 통해 덕질의 세계에 입문한 전적은 <박보검 6단계의 법칙>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몸소 실천하며 방탄소년단으로, 그리고 레드벨벳까지 덕질의 영역을 확장해왔던 그녀. 그러나 사랑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첫사랑이 아니던가. 박보검은 현재의 그녀가 '파고 파고 또 파고'를 실천하는 대상은 아닐지 모르나, 그럼에도 여전히 그가 TV에만 나오면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니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는가? 바야흐로 박보검의 일명 '멜로 눈빛'이 치명적으로 빛나는 이 드라마, 바로 이름하여 <청춘기록>을 말이다.박보검만으로도 이미 충분할 이 드라마에, 또 한 명의 복병은 두둥 두둥 박소담. <삼시세끼>로 이미 한 차례 박소담빠가 되었던 경험이 있던 우리 모녀는 의기투합. 정주행을 결정했다.
* 출처: tvN 홈페이지
<청춘기록>은 혹독한 세상에서도 자기 꿈을 성취하고자 하는 한 청년의 성장기를 담아낸다. 주인공 사혜준(박보검 분)은 배우를 꿈꾸는 모델이다. 한때 탑모델로 각광받기도 했지만, 지름길보다는 정도를 선택한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스물여섯. 아직 이렇다 할 비전을 잡지 못한 채 날아오는 입영통지서에 더하여 아버지의 구박을 받는 청년. 그럼에도 꿈에 대한 포부와 진정성을 잃지 않는 단단함.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만약 현실이라면... 대략 난감한 게 사실이다.
물론 대개의 사람들이라면 스물여섯은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무엇을 시작할 나이일 것이다. 문제는 그가 처한 상황이다. 20대에 주로 전성기를 이루는 연예계의 섭리를 본다면...ㅠㅠ "저건 너무 드라마야."를 중얼거리게 되고 만다.
그러나 이내 박보검의 훈훈한 비주얼이 나올 때면, 의견은 다시 수정된다. "다 필요 없어. 박보검 자체가 그냥 리얼리티라고!"
이때만큼 모녀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될 때가 없다. 역시 덕심(이라 쓰고 얼빠라 읽지만)은 대동단결의 원동력이었다.
아무튼 TV가 뚫어지도록 눈을 반짝이며 시청하는 우리집 그녀의 모습 위엔 어릴 적 내 모습이 겹쳐진다. 너에게 박보검이 있다면, 엄마에겐 손지창이 있었다. 심지어 엄마는 너와 달리 변치 않는 지고지순한(?) 덕심을 지켰던 순정의 여인이었단 말이다.
<마지막 승부>가 초특급 인기를 휩쓸었던 1994년. 많은 사람이 장동건에 열광했지만, 나는 오직 나의 '지창 오빠'만을 외쳤다. 손지창과 오연수의 결혼 이후엔 우리 '연수 언니' 드라마까지 챙겨본 그야말로 비단결 같은 마음을 지닌 팬이었다고.
그저 포스터 몇 장이나 방에 붙이고 좋아했던 시절이지만, 이제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널리 모든 아이돌+배우까지 사랑하는 그녀의 홍익인간 덕질의 모태는 바로 나였다고 말이다.
한 시대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청년의 얼굴이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의 뜨거운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얼굴을 바라봐주고 지지하는 수많은 이의 열망이 만드는 결과이다.
<응답하라 1998>에서 <청춘기록>까지 박보검에겐 우리 시대 청년의 자화상, 혹은 그 기대가 부여되었다. 가장 맑은 얼굴로 독하게 제 몫의 삶을 부단히 쟁취해가는 청년, 박보검은 그 얼굴을 가장 잘 그려내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