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체 왜 그렇게 열심일까?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

by 송수연


독일 회사의 커피 머신을 수입하고 싶어 홈페이지를 뒤지는데 연락처가 없다. 나 같으면 대박 터질지 모르니 이따만하게 회사 전화번호를 적어놨을 텐데...


겨우 수소문을 해서 이메일 주소를 찾아냈다.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없다. 한주간 기다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시 구구절절 적어 보냈다. 소용없다. 불굴의 한국인은 어떻게든 다른 메일 주소를 찾아 또 보내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그러다 문득 벌써 12월에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뿔싸. 유럽인들은 12월에 일하지 않는다. 예전에 유럽에 있을 때 얼마나 답답하던지...


전봇대를 일일이 발로 차서 부수고 싶을 정도로 12월에 유럽인들은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모조리 어디론가 떠나버리므로 남은 한국인만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가지 않는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독일에 있는 에이전시에게 부탁해 직접 찾아가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징하다 싶었는지 드디어 답변이 왔다.


미안. 답이 늦었지?
휴가 얼른 갔다 와서
답장 줄게. ^^^^^”


오...... 그냥 난.....

얼마인지, 가능한지....

궁금했을 뿐이라고 이 자식들아.


나는 분노를 담아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저것들 한국이라면 당장 권고사직 감인데…





휴일에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부동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숫자로 판단하는 세상이 싫다. 개뼈다귀를 주워 씹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세상은 내 의견 같은 건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아랑곳 하지 않고 저어기 부터 여기까지 열심히 선을 긋는 중이다.


나는 선 긋기에 신물이 나서 고라니가 사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밤이 되면 이웃집 개가 컹컹 짖는다. 창문을 열면 시골 냄새가 나서 잠시나마 바보 놀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나는 휴일에도 일한다. 평일에는 적어도 열시까지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홀가분하게 침대로 향할 수 있다.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하는 나.

언제, 어디서나 가방에 반드시 노트북을 넣어 다녀야 마음이 편한 나.

숫자에서 벗어나고자 아무 잘못도 없는 고지서를 쫙쫙 찢으면서도 나는 대체 뭐 그렇게 열심일까?


잘난 척하기도 싫지만 못난 것도 싫다. 그래서 열심히 휴일에도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가 보다.

결국 이렇게 해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 되려고 그러니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