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연일 쏟아졌던 날
창틀 사이로 빗물이 고였다
빗물은 유리창 밑을 가득 적셔
여닫을 때마다,
끼이익 마찰음 소리를 내고
먼지 섞인 흙과 그 위에 잠들어 있던
날벌레 모기 그리고 알지 못하는
작은 유충을 물에 태워 방에 쏟아 냈다
나는 걸레로 그것을 치우면서야
비가 오면 항상 물이 고이는 걸 알았다
여짓것 뜨거운 태양이 물을 증발시켰는데
이번 폭우는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창문을 열었을 때,
검푸른 사체가 섞인 빗물은 역겨웠다
하지만 그 더러움이 없었다면
빗물이 쌓이는 걸 알지도 못했겠지
어쩌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보다
추하더라도 꿋꿋하게 존재하는 것이
사랑받는 방법일지 모른다
그것이 혐오일지라도
무관심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폭우 속에서
빗물을 마주했던 나는
빗물의 의지를 배워
오늘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