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감사한 마음

우도살이 그리고 기록 #01

by 이수진

토요일, 점심 먹고 나가야지 했던 다짐은 쏟아지는 졸음 앞에 무너져버렸고 빈둥대기를 반복하다 4시 즈음이 되어서야 산책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고민도 잠시 오랜만에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싶어 중앙동에서 바깥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최유리의 노래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풍경과 날씨였다. 여느 때와 같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나고 여느 때보다 더욱 눈부신 하늘과 구름 아래를 걷는다.


바다가 들리는 그늘진 정자를 보았다. 냅다 누워 가방에 챙겨 나온 책을 꺼낸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서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엄마가 아무 데나 눕지 말랬는데. 오늘 엄마한테 오랜만에 전화 좀 해야겠다. 잡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니 집중력이 바닥났구나 싶어 다시 길을 나선다.​


바다가 보인다. 푸르고 하얗게 일렁인다. 한참을 바라본다. 기분이 이상하다. 곧 배가 끊기는 시간인지라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공간에서 이 멋진 우도의 풍경을 나 혼자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착각하게 만든다.

내가 올해 우도에 살고 있을 거라고는 나 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몇 년간 끈질기게 잡고 있던 것을 보내주는 용기를 갖고 나니 또 다른 새로운 삶이 있었다. 마냥 사무치게 그리울 것만 같던 것들도 언젠가부턴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 혹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줄이니 오히려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경쟁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니 사실 요즘은 노력하지 않아도 감사한 일들이 많다.

좋은 것만 보아도 짧은 시간이다. 시간이 빠르다 말하는 것도 지겨울만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좋은 사람들과 사랑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런 삶은 정말 더할 나위 없겠지? 행복을 미루지 말아야지. 숨기고 싶은 이기심과 질투부터 숨길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도 다 나를 이루는 감정이고 그런 감정이 드는 순간들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과 배려, 즐거움, 행복이 함께 있으니 당장의 내게는 어려울 것이 없다. 요즈음 나는 내가 속한 삶을 사랑하고 있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나누고 좋은 말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름다웠던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