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에, 우도.

2023년 1월 4일

by 이수진


요즘따라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다는 물욕 가득한 마음과 사놓고 하루이틀뿐, 어딘가 처박혀있겠지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맞물려 ‘그래, 일단 써보고 고민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카메라를 빌리고 벼락치기로 사용법도 배웠다.

다음날 점심 먹고 나가야지라는 계획은 점점 귀찮음이 잠식시키고 창 밖으로 찍는 것도 사진이야라는 합리화로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었다.



몇 장 찍어보니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진다 한들 ’카메라‘ 그 자체로 태어난 제품들은 이길 수 없는 듯싶었다. 화질과 때깔부터 다르니 이건 나가서 찍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겨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방 문을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계단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

날이 더 맑은 날엔 몽글한 구름을 담고 어둑어둑한 밤이 되면 별과 달을 담는 하루하루 바뀌는 근사한 나의 갤러리가 되는 창.



우도의 겨울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까마귀 떼가 찾아온다. 처음 겪었을 땐 검은 사제들 인트로도 생각나고 저주받은 거 아닌가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겨울을 맞는 지금은 많이 무섭다고 생각한다. 저 정도면 까마귀도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



제주에는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던데 우도엔 바람이 세차서 그런지 동백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붉은색의 화사함은 드물게 있다한들 더욱이 존재감을 드러내어 발걸음을 멈추어 카메라를 들게 한다.



어딘가 장난감 같고 동화스러워.



알아서 포토존으로 올라가 도도하게 포즈를 취해주고는 같이 산책하듯 따라오는 고양이.

우도에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참 많다.

누군가 유기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도시보다는 자동차나 다른 위험요소로부터 자유로워 보여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소소하지만 정감 있는 우도의 일상



흐드러지게 피지 않아 더욱 소중한 꽃송이들



제 집 지키겠다고 짖어대는 백구.

나 도둑 아니다. 안 훔쳐간다 짜샤•••



해 질 녘이 되면 사람을 마주치기가 어렵다.

겨울철 5시면 배가 끊기기에 관광객들은 서둘러 우도를 떠나고 황홀하게 아름다운 노을을 오롯이 나 혼자 보고 있음을 느낄 때면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마냥 착각하게 만든다.



너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니



서두르세요. 배가 곧 끊깁니다.



우도의 바람은 육지나 제주시보다도 좀 더 강한 편인데 파도가 잔잔한 날이 여름날에도 그리 많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세찬 바다의 소리를 담아 오는 해녀 분들.



우도에는 일반적인 대중교통수단을 찾아볼 수 없다.

일반버스, 택시 하물며 킥보드조차 없다.

그렇지만 ‘우도 순환버스’라고 하여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루 5,000원을 내면 주요 관광지를 돌며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니 우도에 방문하신다면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나는 새벽 6시 30분쯤 남들보다 일찍이 출근하는 편인데 출근길에 버스 기사님을 만나는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씨 좋은 기사님이 회사 가까이까지 태워주시기 때문이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한 사람의 호의가 다른 한 사람의 하루를 더 멋지게 해 준다니 꽤나 멋진 일이야.



우도의 바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저 건너 높이 자리하고 있는 한라산을 바다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누군가의 소원



누군가의 추억



내가 우도를 사랑하는 만큼 우도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은 곳,

2023년 1월 4일의 우도도

제법 아름다웠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