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홍역

by 이수진

9월만 되면 마음이 힘들었다.
매년 홍역처럼 찾아오는 아픔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나면 꼭 몸살도 같이 앓곤 했다.
그 마음을 글로 적어내기까지도, 그 마음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기도 하다.

어떻게 8년이 지났다. 아니, 흘렀다.
네가 없는데, 나는 어느샌가 너무도 잘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4년 동안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쳐 일어났고, 나약했던 내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찬 시간이었다. 그때의 일기를 다시 열어보는 건 마치 어떠한 빛도, 소리도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 홀로 숨을 거두는 일과 같아서, 그래서 이후로도 그페이지를 한 번 열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일기를 없애지 못한다. 그 일기를 없애버리면 혼자 버텨낸 그때의 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꺼내 보지도 버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위로해주던 네가 없어서 외로웠다. 네가 무슨 위로를 해주겠냐만, 그냥 너는 나에게 존재 자체가 위로였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었고,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였다.
네가 없어진 날들은 당연하게도 매우 허전했다. 익숙한 공간에 있어야 할 온기가 없었다.
그래서 힘이 들었다. 그리워서 힘이 들었다. 그러다 간혹 그리워하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아져서 힘이 들었다.

너를 보내준 곳에 4년간 혼자 갔다.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어떤 날은 바람이 불었다.
혼자 너를 보러 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너를 나만큼 그리워하는 이가 없다는 게 목이 메도록 미안했다. 죽음 이후의 세상이 있다면, 네가 있는 그곳이 너무 외롭지 않기를 바랐다.

4년이 되는 날, 네게 매년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너를 잊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잊고 싶었다. 9월이면 습관처럼 찾아오는 몸살을 지우고 싶었다.

이후로는 매년 찾아가지 않았다. 9월 17일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가지 않았다.
너의 이야기를 하며 한 방울의 눈물이 나지 않는 날이 오고, 절대 다시 열고 싶지 않은 일기장도 생각나지 않는 날이 오고, 나는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그래서 올해는 너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간 바다는 그대로였는데, 입구와 주차장 등 주변 시설들이 어딘가 모르게 바뀌어 낯선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와 놓고 모든 걸 기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상연이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오늘도 비가 왔다. 이 비가 마치 너의 심술같이 느껴졌다. 이젠 더 슬퍼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고 눈물도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날이었다.

비를 맞아서인지 몸이 좋지 않아 약을 먹고 누웠다.
끙끙 앓는데도 네가 없어 갑자기 눈물이 난다.
소리 내서 우는 것이 4년 전 너를 보고 온 이후로 처음이다. 소리 내서 우는 일은 내게 너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길게 울지 못한다. 나도 참 웃기지, 갑자기 울부짖는 울음이 어색해져버린 나는 숨죽여 울기 시작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왜 우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알 것 같아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유를 알면 내가 너무 초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질 것 같아서 그냥 울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고 미안해. 미안하고 보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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