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참된 젊은이답게 스마트폰 중독인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침대에 누워 작은 화면 속을 탐험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뷰에서 종종 콘텐츠를 보며 시간을 때우곤 하는데 그때 읽은 글이 꽤나 재밌었고 블로그나 카페 글이 아닌 듯하여 어디에 연재된 것인가 보니 ’brunch'라는 곳이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라는 존재를 처음 마주하였다.
나는 글이라곤 일 년에 많아야 서너 번 일기를 쓰는 정도였고 부끄럽지만 책은 읽는 것보단 구매하는 것을 훨씬 즐겨하는, 독서광보단 그저 서점 경제에만 이바지하는 소비자의 성격을 지닌 사람으로 글과 책 모두 그리 가까이 지내던 사이는 아니다. 그러다 우도에 살기 시작하면서 잠이 안 올 때마다 종종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당시 드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어 내려갈 때면 나를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는 글이라는 매개체가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예전에 쓴 일기를 보며 가끔은 혼자 웃기도, 울기도 하며 글이 가진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자신이 쓴 글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걸 보면 자기애가 제법••• 강한 편인가 보다. 아무튼 이런 감정을 다른 이와 공유하게 된다면 혼자 끄적이는 작은 글이 누군가에겐 심심한 시간을 때우는 즐거움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브런치에 가입하였다.
허나 글을 올리고자 하니 아뿔싸요.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작가’ 요? 그 어딘가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동시에 예술적이기까지 한 두 글자는 그저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거창한 표현이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무작정 전에 써놓은 일기와 함께 작가 신청을 도전하였다. 신청하고 초록창에 브런치 작가를 검색해보니 한 번에 붙은 분들도 있지만 n수생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보였으며 심지어 브런치 작가되기라는 강의도 있는 듯하였다. 이렇게 밑져야 본전은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 되어버리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붙을 거라 생각은 못 했으나 붙을 거라는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원서를 가군에 상향지원하며 떨어질 걸 알면서도 마음 한 켠엔 붙으면 좋겠다고 몰래 바랐던 것처럼. 일하는 중간중간 브런치 어플에 들어가 알람이 왔나 확인하며 며칠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신청한 지 나흘 째 되는 날, 퇴근길에 친구와 집에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들어가 보니
알림 칸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있지 않겠는가.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폴짝 뛰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짜릿함이었다. 친구가 왜 그러냐 물었다. 친구에게 말하기는 왜인지 부끄러워 아니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집에 걸어가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요. 참나 누가 보면 베스트셀러 책을 집필한 유명작가라도 된 줄 알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왜 뽑아주었는지 약간 의문이지만 브런치 관계자님들, 무르기는 없답니다.
새로운 곳에 글을 쓰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기쁨, 그로 인해 조금은 잔잔하고 반복적이던 내 삶에 약간은 출렁이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는 설렘. 글 쓰는 그 자체의 즐거움과 오늘의 짜릿함이 흐려지지 않도록 대단한 글 실력도 뛰어난 어휘력도 없지만 그냥 그대로의 나의 생각을 꾸준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아자아자.
이 글을 보신 불특정 소수 분들, 앞으로도 제 서랍에 종종 찾아와 주시길 바라며. 자주 봬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