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은 되어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와 함께 도서관에 들어온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썼을 흰 모자를 벗고 가방에서 책과 노트, 볼펜 몇 자루를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한다.
펼친 책엔 빼곡히 적힌 일본어 글자들. lesson 3의 페이지를 한참이고 들여다보다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적고, 다시 교재를 들여다보기를 반복한다.
펜을 잡은 그의 손에 깊게 새겨진 주름과 검버섯은 겹겹이 쌓아온 인생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였고, 하얗게 샌 머리카락은 오랜 세월 써온 검은 먹의 덧칠을 씻어낸 붓처럼 고요하다.
그에겐 온갖 세월을 읽을 수 있는 것들만 있다고 여겼는데 돋보기안경 뒤로 비친 눈빛에는 그 어느 청춘보다 반짝이는 총명함이 가득했고, 호기심을 머금은 표정은 새벽의 이슬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아름답다.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는 사람은 자꾸만 나도 모르게 눈길이 닿을 정도로 아름답구나!
많은 걸 느낀, 참으로 소중한 마주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