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난생 처음 번아웃을 겪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담고 있습니다. 제 자신에게 말 하듯이 쓴 글이라, 반말로 작성하게 되었어요.
작년부터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관련 영상, 책, 세미나 등을 열심히 접했어. 글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도 하면서 열심히 살았었지. 술도 줄이고 문화생활도 거의 안 했어. '취미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일이나 열심히 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 사실 난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작년부터 조금씩 줄여서 이제는 꼭 필요한 날이 아니면 잘 안 마시게 되었어.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조급해진 것 같아.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도 자꾸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내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러 다니곤 했어.
또 이건 웃긴 이야기인데, 사주랑 타로를 여러 번 보러 갔었어. 원래는 1년에 한 번 정도 가볍게 재미로 보는 정도였는데 올해에만 다섯 번 넘게(?) 갔던 것 같아 ㅋㅋ (점, 사주, 타로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으면 더 불안해져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갔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돈만 버리는 일이지만, 그때는 너무 절실했어.
5월부터 7월까지가 가장 격렬한 번아웃 시기였어. 그때를 돌아보면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모니터의 글자와 이미지가 눈에 안 들어왔어. 집중도 못 하고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녔지. 핸드폰은 하루 14시간씩 보면서도 답장은 밀리고, 일도 지지부진하고. 운동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누워서 숏츠만 4시간씩 보니까 결국 살도 찌고 더욱 우울해졌어. 평소 자주 하던 명상도 못 하겠더라. 나중에는 난독증이나 ADHD가 아닐까 했는데, ADHD랑 증상이 너무 똑같아서 이제서야 증상들이 드러난 줄 알았지.
그 상태로 2달 정도 버티다 결국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 선생님이 번아웃 상태라는 진단을 내려주셨어.
30년 넘게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번아웃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어. 게다가 일이 잘되고 있던 시기라 더욱 그런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번아웃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서부터 상태가 좋아졌어. 갑자기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내가 번아웃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던 거구나'라고 인정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어.
나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더니, 이 마음 상태를 입 밖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어. 번아웃이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수록 더 마음이 편해졌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정리되고 차분해짐을 느꼈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다 그런 과정을 거친 덕분인데. 지금은 번아웃을 거의 극복했다고 느껴져.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취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야. 이번 여름부터 수상스키를 시작하게 됐는데, 나랑 딱 맞더라. 자연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느끼는 속도,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느낌까지 너무 좋았어. 스트레스를 쌓기만 하고 풀지 않았는데, 확실히 스트레스를 날리는 취미를 가지니 오히려 일이 더 잘 되어서 신기했어.
지금은 SNS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봐도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해. 물론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생각해.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가는 거야.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의 속도가 있는 거고, 그걸 비교하지 말자고.’
매일 즐겁게 쌓아가면서 나의 인생을 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 남은 올 한 해 동안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서 살려고 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되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억지로 하는 일은 될 것도 안 되게 만든다. 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방향대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