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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uzzyy Oct 06. 2024

번아웃 덕분에 얻게 된 쉼표

이 글은 난생 처음 번아웃을 겪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담고 있습니다. 제 자신에게 말 하듯이 쓴 글이라, 반말로 작성하게 되었어요.


part 1. "앞만 보고 달리던 시기에 뜻밖에 마주친 강제 쉼표”


작년부터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관련 영상, 책, 세미나 등을 열심히 접했어. 글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도 하면서 열심히 살았었지. 술도 줄이고 문화생활도 거의 안 했어. '취미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일이나 열심히 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 사실 난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작년부터 조금씩 줄여서 이제는 꼭 필요한 날이 아니면 잘 안 마시게 되었어.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조급해진 것 같아.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도 자꾸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내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러 다니곤 했어.


또 이건 웃긴 이야기인데, 사주랑 타로를 여러 번 보러 갔었어. 원래는 1년에 한 번 정도 가볍게 재미로 보는 정도였는데 올해에만 다섯 번 넘게(?) 갔던 것 같아 ㅋㅋ (점, 사주, 타로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으면 더 불안해져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갔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돈만 버리는 일이지만, 그때는 너무 절실했어.


5월부터 7월까지가 가장 격렬한 번아웃 시기였어. 그때를 돌아보면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모니터의 글자와 이미지가 눈에 안 들어왔어. 집중도 못 하고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녔지. 핸드폰은 하루 14시간씩 보면서도 답장은 밀리고, 일도 지지부진하고. 운동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누워서 숏츠만 4시간씩 보니까 결국 살도 찌고 더욱 우울해졌어. 평소 자주 하던 명상도 못 하겠더라. 나중에는 난독증이나 ADHD가 아닐까 했는데, ADHD랑 증상이 너무 똑같아서 이제서야 증상들이 드러난 줄 알았지.



part 2. “그래, 난 번아웃이구나!”


그 상태로 2달 정도 버티다 결국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 선생님이 번아웃 상태라는 진단을 내려주셨어.

30년 넘게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번아웃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어. 게다가 일이 잘되고 있던 시기라 더욱 그런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part 3. ““쉼표를 지나, 다시 찾은 나만의 페이스”


번아웃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서부터 상태가 좋아졌어. 갑자기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내가 번아웃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던 거구나'라고 인정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어.

나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더니, 이 마음 상태를 입 밖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어. 번아웃이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수록 더 마음이 편해졌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정리되고 차분해짐을 느꼈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다 그런 과정을 거친 덕분인데. 지금은 번아웃을 거의 극복했다고 느껴져.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취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야. 이번 여름부터 수상스키를 시작하게 됐는데, 나랑 딱 맞더라. 자연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느끼는 속도,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느낌까지 너무 좋았어. 스트레스를 쌓기만 하고 풀지 않았는데, 확실히 스트레스를 날리는 취미를 가지니 오히려 일이 더 잘 되어서 신기했어.


지금은 SNS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봐도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해. 물론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생각해.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가는 거야.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의 속도가 있는 거고, 그걸 비교하지 말자고.’


매일 즐겁게 쌓아가면서 나의 인생을 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 남은 올 한 해 동안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서 살려고 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되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억지로 하는 일은 될 것도 안 되게 만든다. 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방향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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