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제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프로듀스48>에서 연습생들은 너 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유독 일본 연습생들은 '민폐'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본인이 분하다거나, 아쉬운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조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자책하는 편이다. '메이와쿠(迷惑)'.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건 일본 특유의 문화다. 습관적으로 '스미마셍'을 달고 다니고, 어린 시절 가장 많이 교육받는 부분으로 대다수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심지어 무장단체에 피랍을 당하거나, 대지진에 고통받아도 유족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는 모습은 너무나 놀랍기까지 하다. (이런 독특한 집단주의가 개인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등의 편견을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동조심리가 강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일본에서 역설적으로 '민폐' 좀 끼치고 살아도 된다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남 눈치를 보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심리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당당하게 민폐를 끼치라고 외친다. 항상 모나지 않은 걸 미덕으로 삼고 꾹 참고, 버티며 억지로 분위기를 맞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실패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억지로 노력하고, 그냥 포기하거나 남을 탓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입사 당시 나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무덤덤하다. 이런 성격은 조직 생활에서 오랜 시간 힘이 될 것이다."라고 대답한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버티지 못하고, 내가 끙끙 앓는 걸 보니 아마 저런 성격은 30년 넘게 살아온 '나'의 장점이 아니라, 조직에서 써먹기 좋은 '부속품'의 특성 정도였더라.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는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도 아니고, 명쾌한 해답을 내주지는 않고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울림이 컸던 이유는 부쩍 조직에서 힘들어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내 상황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당연히 남에게 폐를 끼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요? 그 말은 곧 ‘나답게 살지 않겠다’라는 뜻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아직도 타인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을 바꾸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나답게 살기를 포기한 사람이 행복한 인생을 보내기란 불가능할 테니 말이죠.
- 슬슬 힘 빼고 마음 편히 살아볼까? 중에서
인내가 인생을 망친다는 뼈를 때리는 저자의 메시지는 '민폐'를 새롭게 정의한다. 제멋대로 이기적으로 살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은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싫어하는 일'은 조금 미움받더라도 하지 않는 것이란다.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 괜한 나쁜 평판이 두려워서 억지로 내 감정을 속일 필요는 없다.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고(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급변하는 시대에 나를 잃어가기는 더욱 쉬워진 시대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묘한 만족감을 얻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고, 너무나 위험하다. 애초에 나와 완벽히 다른 타인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에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배려심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에게만 하면 되는 거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불편하지 않다고 세뇌하다가는 정작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 물론 나도 수년간 살아온 스타일을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꼴 보기도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고, 6시 땡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서면서 조금씩 달라지려고 애쓰고 있다. 그냥 무시하고 참아내면서 지내기에는 하루, 한 달, 일 년, 나아가 인생 전체에서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영 참아낼 자신도 없고.) 민폐도 괜찮다.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쌍놈이 되어도 괜찮다는 복세편살 마인드로 살아가자. 'Latte is hores(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변해야겠다고 긍정적으로 다짐하기보다는, 그냥 달달한 라떼나 한잔 더 사 마시자.
오히려 폐를 끼치지 않도록 꾹 참으며 살아온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힘든데도 내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거야?’, ‘죽을 때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네….’
어쩌면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들 속으로는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죽고 난 뒤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요?
- 당신의 묘비명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중에서
#요즘 느끼는 직장생활 법칙 :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데, 참견을 하는 사람은 많다 / 일을 잘하는 건 결국 변명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해내는 것이다. / 생각보다 배울 사람도 많고, 상상보다 또라이는 더 많다.
#또라이는 주변이 힘들지, 본인은 매우 만족도 높은 직장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무섭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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