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이 필요한 순간들
말은 많은데, 대화는 없는 곳
요즘 조직은 말이 많다.
메신저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알림이 쌓이고, 회의록은 자동으로 공유된다.
공지사항은 템플릿으로 뿌려지고, 피드백은 시스템이 대신 전송한다.
말은 넘치는데, 정작 ‘누가 했는지 모를 말’도 많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말의 생산자라기보다는 말을 받고, 읽고, 처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대신 기술이 전해준 말
기술이 사람이 해야 할 말을 대신하는 건 이제 낯설지 않다.
회의록은 자동으로 정리되고, 피드백은 클릭 한 번이면 보낼 수 있다.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실수는 줄어들고, 효율이 올라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말을 내가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피드백은 내 감정을 담고 있는 걸까?”
말이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공감이 빠진 피드백, 말투가 딱딱한 공지, 아무도 읽지 않는 회의록.
모두 익숙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대화했다’는 느낌은 점점 사라진다.
누가 했는지 모를 말들 사이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요즘은 다들 비슷한 말투, 익숙한 템플릿, 정돈된 표현을 사용한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말들이 누가 했는지 알 수 없고, 누가 해도 상관없게 됐다는 것이다.
말은 있는데, 흔적은 없다. 피드백을 받았지만 누가 썼는지 짐작이 안 되고, 공지사항은 늘 읽지만 정작 누가 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은 점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려 놓는다.
상대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말,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알림은 오히려 반응을 늦추고 마음을 닫게 만든다.
기계가 점점 말을 더 잘하게 되는 요즘, 우리는 이제 ‘무슨 말을 할까’보다 그 말이 어떻게 들릴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요즘엔 문장이 얼마나 정제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느냐가 더 크게 다가온다.
사람의 말이 필요한 순간들
사람의 말은 비효율적이다. 두서없고, 감정이 섞이고, 때로는 말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 말에는 관계가 있고, 마음이 있고, 의도가 있다. 우리가 매일 자동화된 메시지에 둘러싸여 있어도, 유독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있다.
“이건 저도 공감했어요.”
“괜찮으세요?”
“그때 그 결정, 정말 잘하셨어요.”
이런 말은 시스템이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말이 오갈 때, 우리는 단순히 함께 일하는 사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된다.
말은 계속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꼭 우리가 해야만 하는 말, 우리라서 할 수 있는 말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건 어떤 기술로도 대신할 수 없다.
《 Series 1. AI가 말을 배우는 시대 》
AI는 말을 배우고, 우리는 말하는 법을 잊어간다.
기술이 기준을 제시할 순 있지만, 말의 무게는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첫 시리즈에서는, 변화하는 말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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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때 그 말, 피드백이었을까 비난이었을까?
1-2. 센스 있는 말투도 학습되는 중입니다.
1-3. 낮말은 Slack이 듣고...
1-4. 면접관 'AI'입니다.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1-5. 앞으로, 우리가 더 말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