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적의 시대

by 오아

2주쯤 백수의 시간을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말이 되지 않던 일상이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 하는 기대와

기대 같은 건 접어두자. 아예 일이나 상황에 마음을 두지말자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재취업한 곳은

이전보다 낫지만 바빴고,

딱 분노하지 않을 만큼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공정표를 달라하니, '그건 대기업이나 주는 거다'

신박한 헛소리를 하며

박힌 돌 행세를 하던 협력사는 '유연'하지 못하다'라는 면박을 주는 그런 소소한 사건 말이죠

한 달 남짓 주당 1~2회 큰소리를 냈나 봅니다.


뻔뻔함이 시대의 트렌드냐며 혀를 찼고

애써 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참.. 마음같지 않는 거 있죠

같은 조직의 어떤 이가 내내 이슈를 곱씹으려

종일 툴툴툴.. 거리는 거예요.(그럴 시간에 잊고 딴거하면 안됩니까. 종일 생각하면 내손해 아닙니까)


종전 회사를 같이 다녔던 또 어떤 이는

퇴사부터 입사까지 실시간 중계를 너무도 리얼하게

하더군요(하루 1시간 이상통화는 애인사이에만 하는 거 아닐까요...)

머리에 지진이 날뻔했습니다..


끊어내려 해도 끝이 없고

절박하려니 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측은지심에

제발 그들이 연락 좀 안 하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알바가 들어와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돈도 벌될테니.일석이조!


하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았어요.

밤 10시가 늦도록 꺼지지 않는 그들의 카톡방은

아마존 그 자체였습니다.

먹이가 던져지면 달려드는 그 무엇들처럼..

무언가 제공하면 들입다 달려들더군요.


느낌적인 느낌을 원하며 온갖 사진 조합의 말하고

챗GPT로 만든 이미지를 실현해 달라는 신박함 요구에

현실적인 시공법을 제안하면

왜 안 되냐며 아닌걸 맞다고 우기며 말이죠.


알바를 제안하고 그들과 소통을 담당한 지인이 그러더군요.

"난 이걸 하기로 한 이상 사람이길 포기했다."


숨넘어갈듯 깔깔 거리며 웃어넘겼는데

날을 거듭할수록 그의 말이 진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제는 갑작스레 '보류' 통보를 한 거 있죠?

현장 여건의 합의가 되지 않아 무기한 보류하겠다는 거예요.


진짜 해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었습니다. 그게 선행되고 의뢰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잔뜩 술에 취한 지인이 꼬부라진 목소리로 전화하더라고요.

몇 주동안

잠 못 자고 고생했는데 조금밖에 못줘 미안하다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데..

진짜 미안하다며 했던말을 또하고 또하며 연신 사과를 하더군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취업 전 PT까지 대신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나 봅니다.


얼마 전 한강까지 생각했다는 그의 말이 떠올라

"ㅋㅋㅋㅋㅋ 취했냐! 적당히 먹어라!!

그렇게 유리멘털로 어떻게 사냐.. 하하하"라며


장난스럽게 놀려먹고 말았지요.


사실 그 지인,

얼마 전에도 엄청난 갑질을 당했거든요.

저의 전 회사대표에게 말이에요.


십 년을 넘게 안 나의 전 회사대표가

그토록 친절한 목소리로 그토록 못돼 먹은 말을

내뱉을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뇌가 썩은 이상, 뱉어먹을 수 없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더군요.


나의 십수 년이, 내가 쌓아 올린 수고와 체계가

내가 생각하던 그 자부심들이

썩은 손에 의해 전달되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수치스러웠습니다.


한명이 많은 것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요. 실망을 넘어 분노가 일었습니다.


후.. 다들 왜 이럴까요

정말이지

다양한 모양들이 판을 치는 시대입니다.


저 역시

절대 '선'은 결코 아니지만

'해적'만은 되지 말자 하는 마음을 먹습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뻔뻔하고 무례하고 썩은 인간으로

기억되지않기 위해 말이예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광야라고.

일단 하루만 생각하며 살자고요.


곧 비가 올거예요. 꽃도 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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