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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챌린지]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2025.06.15

by 스베틀라나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10점 만점 기준)왜 그 점수를 주셨나요? 무엇이 부족하다 생각하셨나요? 만족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오늘의 글감을 받은 뒤 잠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나 자신에게 몇 점을 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두번째로는 오늘, 그러니까 2025년 6월 15일에 맞춰 꼭 쓰고 싶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냥 원래 쓰려고 계획한 것을 쓰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 있겠다만, 나란 사람은 성격이 얼마나 별난지, 오늘의 글감을 이렇게 버리는 것은 또 아깝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 나름대로 오늘의 글감과 원래 쓰려고 한 내용을 나름대로 믹스해서 써보기로 했으니, 그 결과물이 건강하고 맛있는 비빔밥 같은 글이 될지, 혹은 재료를 낭비한 정체모를 괴식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점을 독자 여러분들도 양해해주시고 끝까지 함께 지켜봐주시길.


오늘,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시곗바늘이 저녁 6시를 가리키면서 우리의 짧고도 기나긴 <오늘부터 나도 작가>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수료식은 전시 시작일인 10일이었지만, 내 마음 속 진정한 의미의 수료식은 전시가 끝나는 오늘이었으니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소회에 대해서 가볍게나마 풀어보고 싶었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고 직접 내지와 표지까지 디자인해 POD 방식으로 출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었다. 강사 선생님들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수도 없이 강조하지 않으셨던가! 그러나 우리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데 성공했을 뿐더러, 몇몇 작가님들의 책은 교보문고 POD 인기 순위에도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진짜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정신을 차려보니 총 286page의 에세이 한 권을 낸 작가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말만 작가지 아직 일반 독자들에게 책 한 권도 못 판 아주 생초짜중의 초짜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문학이라는 광활하기 짝이 없는 눈의 벌판 위에 나란 사람의 발자국을 하나라도 남긴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교보문고 퍼플에 파일을 등록하고 출판 신청을 완료하면 퍼플 측에서 축하의 한 마디와 함께 글쓰기의 고통은 아이를 낳는 것에 비견되니 고생했다는 위로의 문장을 보여준다.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서 출산이 얼마나 아픈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나름대로의 크나큰 고통 끝에 세상에 수줍게 내 놓은 내 인생 첫 책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점수를 매기자면 대략 10점 만점에 7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왜 7점이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무한도전 짝꿍 특집에 나온 정준하의 설명으로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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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점 드리겠습니다! 8점은 너무 많은 것 같고 6점은 좀 적은 것 같아서요...


나는 숫자에 워낙 약한 사람인지라 점수를 줄 때도 느낌에 많이 의존한다. 그래도 왜 7점이 나왔는지 대강이라도 분석 아닌 분석을 해보자면 일단 책의 두께와 모양새가 제법 그럴듯하게 나온 점에 만족한다. 아무래도 POD 방식은 주문을 받아야 인쇄소에서 해당 수량만큼 인쇄를 해서 보내는 방식이다보니 결과물의 퀄리티가 일반적인 책보다는 떨어질 거라는 걱정이 컸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한 덕분인지, 아니면 퍼플 측에서 인쇄소를 바꿨는지 의외로 책의 색감, 커버와 종이의 질감 등 물성이 괜찮은 덕에 지하철에서 들고 다녀도 챙피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한창 바쁜 신랑을 귀찮게 해 얻어낸 책 표지 디자인도 모니터 화면에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게 나왔으니, 덕분에 신랑도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다만 제아무리 마감에 쫓기며 썻다고 하지만, 직접 책을 받아 읽어보니 글의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건 보통 아쉬운 게 아니다. 오타나 비문은 고치면 그만이지만 근본적인 글의 구성과 내용에 손을 대면 한도끝도 없이 계속 수정 사항이 나올 것 같으니 눈 앞이 막막하달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기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 상태로 주위 사람들에게 내 책을 홍보하는 건 영 아닌 것 같아 어제부터 조금씩 다시 퇴고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총 페이지 수가 바뀌면 안되는 등 파일 교체에 여러 제약이 있으니 완벽히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칠수도 없다는 건 조금 걸리는 부분이다.


어쨌든 이렇게 디자인적인 측면, 책의 물성, 내용의 질, 거기다가 프로그램 기간 내내 나름대로 고생하고 열심히 산 기억등을 전부 다 더하고 빼서 점수를 내린 결과가 7점이기는 한데, 막상 7점도 조금 높았나 싶기도 하고.....음 6점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여기부터다. 나란 사람의 결과물과는 별개로 <오늘부터 나도 작가> 프로그램은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이자 많은 가르침을 준, 10점 만점에 12점 이상을 받아 마땅한 소중한 경험임을 꼭 언급하고 싶었다.


아직도 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들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창피하지만 나는 나름 어렸을 때는 제법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들었다. 정확히는 대입 논술에 적합한 글을 잘 쓰는 것이었지만, 사람의 뇌란 자기가 듣고 싶은것만 기억하는 법이니, 나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20년전의 그 짧은 영광의 순간에 묶인 채 에세이 같은 건 쉽게 써내려갈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 건방진 내 뒷통수를 가격한 것은 다른 작가님들의 글속에 드러나는 생명력과 진실성이었다. 살아온 연륜이라는 것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느끼게 되는 글들을 보며 나는 가식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무엇인지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 진솔함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따스하면서 다양한 표현력으로 드러낸 이 작가님들이 단 한번도 글공부를 한 적이 없는 분이라니! 이 사실을 알고서 정말 다음 수업까지 내가 얼마나 깊은 절망과 괴로움에 시달렸는지는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였다.


내 영혼에 들러붙은 딱지같은 고질적인 좌절, 시기, 우울, 자책의 감정에 빠져서 침대에 늘어져있던 게 떠오른다. 그러나 역시 좋은 글은 사람을 구하는 법. 매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합평하는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의 모자람과 부족함에 대한 한탄보다도 소중한 동료들의 글 속에서 즐거움과 배움을 얻는 경험을 했으니, 나중엔 각자 글쓰기에 바빠 합평의 시간을 못 가지게 된게 보통 아쉬운 게 아니었다.


글쓰기는 행복하기만 한 일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말했듯이 글을 쓰는 건 행복하면서도 영혼을 갈기갈기 찢는 고통의 과정이다. 남의 글을 읽는 즐거움, 좋은 글을 발견하는 기쁨과 더불어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상심하는 일도 생긴다.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해야만 했다면 나는 아마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니, 내 주위에 열정이 넘치고 친절하며 훌륭한 동료분들과 선생님들을 선물로 보내주며, 이 험난한 길을 어떻게든 헤쳐나가게 도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글을 통해서, 우리의 첫 작가 데뷔전을 마치면서, 나의 소중한 <오늘부터 나도 작가> 동료작가님들, 그리고 강사님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자신의 책에 대해서 각자 자기만의 점수를 내립니다. 누군가는 만족을 할 수도, 누군가는 저처럼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여러분들과의 추억은 제게 10점 만점에 100점짜리였어요. 우리의 모든 노력과 열정도 10점 만점에 100점이었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시는 끝났지만 우리의 작가로서의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앞으로도 서로 응원하면서 이 인연 계속 꾸준히 이어가요! 부족한 게 많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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