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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챌린지] 나의 매력 포인트는?

20255.06.19

by 스베틀라나
나의 매력을 하나씩 자랑해 주세요.
(어차피 확인할 수 없으니 맘껏 뽐내주시길)

"제 매력 포인트가 뭐냐고요? 키 171cm에 몸무게는 48kg, 김혜수 같은 글래머러스한 몸매, 한가인 뺨치는 오똑한 코, 이영애 저리 가라 할 뽀얀 피부, 전지현보다 고운 머릿결, 5개 국어에 능통하며, 3대 500은 쉽게 치며, 영 앤 리치 그 자체이자 남녀노소 상관없이 성격이 좋은 점이라고나 할까요? 뭐 이 정도는 대단한 것도 아니죠!"


... 내가 썼지만 무슨 소리인가 싶다. 32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에서 계속 바깥을 돌아다닌 탓에 전두엽이 살짝 익은 게 아닐까. '어차피 확인을 할 방법은 없다'라는 말에 괜히 신나서 '이렇게 되고 싶다'는 워너비만 잔뜩 늘어놓고 말았다. 위에 적어둔 것의 3분의 1만 해당돼도 참 좋을 텐데, 마음이 쓰리다, 흑.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매력 포인트를 자랑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외모의 리즈시절은 이미 지났으니 외적인 매력점을 자랑하긴 어렵고, 이제는 웬만해선 내적으로 매력적인 게 훨씬 좋은 나이인 만큼 나의 성격에 대해서 돌아보아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제법 어렵다. 내가 매력이라고 뽑은 것을 다른 사람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갓 시킨 굽네치킨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오늘 하루 밖에서 너무 고생을 하고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들어온지라 난 잔뜩 굶주렸고, 다이어트고 자시고 일단은 고칼로리를 몸속에 넣어야만 했다. 계속 '뭘 쓰지? 뭘 써야 하지?'를 중얼거리면서 눈앞의 치킨을 삭제하고 있는 날 보며 신랑 왈 "진짜 많이 배고팠구나. 엄청 복스럽게 먹는다. 고생했어."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지나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매력을 찾았어! 나의 매력이란 바로 '음식을 정말로 맛있고 행복하게 잘 먹는다'는 거였어!! 그러고 보니 이십 대 초반, 대강 스물한 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동아리 선배가 밥을 사줘서 돈가스를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 열심히 돈가스를 먹고 있던 나를 한창 빤히 바라보던 선배는 무척 신기해하며 말했다.


"너 진짜 밥 먹을 때 엄청 행복해 보인다. 사주는 보람이 있네. 많이 먹어, 뭐 더 시켜줘?"


나는 남자 선배 앞에서 너무 식탐 부리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민망함에 그저 웃기만 했다. 부끄러운 거랑 별개로 끝까지 주어진 돈가스는 남김없이 다 먹었지만.


남편과 한창 연애를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었으니, 남편은 내가 맛있는 것, 특히 달달한 디저트를 먹을 때 온 얼굴을 사용하면서 행복해하는 게 무척 재밌었나 보다. 지금도 남편의 핸드폰 안에는 내가 커다란 마카롱을 소중하게 꼭 쥔 채로 배시시 웃고 있거나, 디저트를 크게 한 입 벌려서 맹수처럼 베어 먹는 사진들이 여러 장 있다. 내가 볼 때는 솔직히 이쁜 장면은 아니라 가끔은 지워버리고 싶지만, 남편은 제법 마음에 드는지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큭큭 대며 웃는다.


다행인 것은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음식을 매우 복스럽게 먹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둘 다 먹을 것에서 행복을 크게 얻는 타입이다 보니, 우리 두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면 주위에서 참 맛있게 잘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도 러시아에서 우리가 열심히 터키 케밥을 먹는 것을 본 러시아인 가족이 우리를 가리키면서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맛있게 먹는 걸 보니 한번 시켜보자."라고 말한 건 잊을 수 없다.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하니 도저히 살을 빼기가 힘들다는 점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뭐든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나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애호박과 가지만 빼면 웬만해선 다 먹으니 나랑 어디 놀러 갈 때는 음식 메뉴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안 남기니 환경에 도움이 되고 사주는 사람의 기분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오늘도 일단은 뭐라도 쓰겠다는 마음으로 마구 끄적여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든, 나 자신의 매력을 하나라도 찾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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