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여러분은 여러분의 몸을 사랑하시나요? 아니면 미워하시나요?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내가 고마워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 세 가지를 찾아서 적어보세요.
바디 포지티브 (Body Positive, 자기 몸 긍정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건만, 그 마음이 무색하게 나는 오늘도 아침부터 거울 속 자신을 마주 보며 "얘는 뭐 이렇게 생겼냐." 중얼거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다만 이런 자기 공격에도 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대강 생각해 보아도 나는 내 몸을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미워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가 내 몸에 대한 나의 기본 태도였다. 완벽한 몸이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한 2% 정도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날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설령 내가 원한 상태에 도달했다 한들, 거기서 또 스스로의 단점을 찾고 2%만 더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다시 내 비루한 육체에 절망하게 될 것임을, 그동안의 여러 경험을 통해 뼈아프도록 체감하고 있다. 결국 나는 이상향에 절대로 도달할 수 없을 것이기에, 지금은 오히려 발전하려는 마음마저 포기한 채 그냥 이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의욕 없이 머물며 셀프 비판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아마 하늘은 이런 내 모습이 어지간히 지겨우셨나 보다. 오늘의 글감으로 '네 몸에게 고마운 점 세 가지를 적어라'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사실 아무도 명령한 적은 없지만) 나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고민에 빠졌다. 한 가지 정도는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세 개를 찾으라고? 사진첩을 뒤지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인데? 하루하루 글을 쓰는 게 투쟁과 고난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의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 덕에 억지로라도 내 몸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덕에 조금이나마 답변할 것들이 생긴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역시 사람은 하려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니까.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내가 고맙고 귀하게 여기는 내 몸의 세 가지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쳐본다.
1. 튼튼한 두 다리
내 다리는 남편 다리보다도 두껍고 튼튼하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통뼈의 소유자인 데다가, 어려서부터 연년생 여동생에게 일찌감치 유모차를 양보하고 열심히 걸어 다닌 덕분인지, 마치 단단한 통나무 아래에 조선 무를 갖다 붙인 것 같은 모양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자랑한다. 아, 다리 두께 이야기를 하는데 눈에서 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눈물이 아니라, 땀이다 땀. 절대로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절대로........
여하튼 덕분에 나는 오래 걸어도 잘 지치지 않으니, 날씨만 좋으면 얼마든지 걸어 다닐 자신이 있다. 또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체가 굵어야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비록 지금은 바지를 한 사이즈 더 큰 걸로 사야 하고, 미니 스커트는 꿈도 못 꾸지만, 나중에 늙어서는 이 다리가 빛을 발할 거라고 믿어본다. 아니 그래야 한다.
2. 예쁜 치열, 그리고 단단한 치아
신기하게도 나를 포함해 우리 친정 식구들 모두 이가 참 가지런히 예쁘게 나있다. 사랑니도 없으니 사랑니 발치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교정 때문에 돈이 들어갈 일도 없었다. 거기다가 치아는 또 얼마나 단단한지 쌩 밤도 그냥 깨물어서 뜯을 수 있을 정도며, 어쩌다가 모래를 씹어도 모래가 반으로 쪼개진다. 씹는 즐거움이 참 크다는 점에서 보통 고마운 게 아니다.
다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온 가족이 치열이 예쁜 대신 잇몸이 매우 약해 밥 먹듯 치과를 가거, 신경치료를 받고, 임플란트도 여러 개 하기는 하지만..... 뭐 모든 게 좋을 수는 없으니까... 흑.
3. 큼직한 손톱
옷을 입다가 걸려 찢어지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손톱이지만, 대신 큼지막하게 잘 자라니 네일아트를 하기에 참 좋다. 샵에서도 손톱에 이것저것 올려서 디자인하기 참 좋다고 칭찬을 해주시니 손은 안 예뻐도 손톱이 열일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 그런데 손톱이 약한데 네일아트를 해도 되는 건가?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