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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Jul 24. 2023

사업을 하면 사람이 달라지는 이유

사로병사의 비밀

옥소폴리틱스가 3주년을 맞이했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믿어 주시고, 옥소폴리틱스도 많은 도전을 하면서 달려왔다. 지금의 AI 혁명을 옥소폴리틱스에 또 다른 날개를 달아 주었다. 아직 런웨이의 끝에서 날아오르지는 못 했지만 날갯짓을 힘차게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3년 전과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만큼 웃질 않고, 좀 야위지는 않았다. 얼굴에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던 3년 전과는 달리 어딘가 눌려있고 걱정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3년째가 되어서야 내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회사를 벗어나면 온전히 나만의 생각을 하고 시간이 갖는 것이 가능했다. 일하는 모드와 휴식 모드 두 가지가 나뉘어 있었다.


사업을 할 때에는 24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뭔가 딱히 걱정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업이 잘 되고 안 되고도 크게 상관없다. 그냥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많은 인터렉션을 해야 한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회사 일을 하면서 한두 가지 task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한 번에 하는 task를 하나로 줄이려고 노력했고, 두세 개가 동시에 진행되면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럴 때에는 task를 적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A를 생각하다가 그 생각이 마무리되기 전에 B생각이 나고, 그러나 C 생각이 섞여 들어왔다가 갑자기 Slack 메시지가 오면 A 생각으로 다시 갔다가, 다시 마무리 못했던 B 생각을 하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었다. 거기에 친구들에게 메시지까지 오면 너무 반갑지만 정신이 더 없어진다. 


모든 회사원들이 이런 "정신없다"라고 하는 경험을 할 것 같다. 이러한 정신없음을 해결하는 팁도 나오고, organizer 제품도 나와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니 어나더레벨이었다.


미드저니 AI 그림 참 잘 그린다.


회사의 미션과 방향은 늘 생각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시라도 그 생각이 멈추면 회사 전체가 멈춘다. 그 생각이 너무 앞서가면 회사가 갈피를 못 잡고 그 생각이 너무 늦으면 회사는 성장을 멈춘다. 기본적으로 항상 머릿속에 넣고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프로덕트. 프로덕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 버그는 없는지 늘 살피고 사용자들과, 프로덕트팀과 소통해야 한다. 구글 메신저가 계속 울리고 이메일이 오고, 심지어 직접 개발을 하는 나에게는 버그 고치라는 리스트가 쌓인다.


우리를 신뢰하고 응원해 주시는 투자자분들과의 소통은 또한 정말 중요하다. 매달 업데이트를 드리고 피드백을 받는다. 내가 엔젤투자를 몇 건 하고 나니 그분들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믿고 맡긴 돈인데 그 돈을 가지고 가치를 못 만들어내는 일이 너무 많다. 선의로만 할 수 없는 것이 투자이다. 그렇지만 계속 간섭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투자받은 사업가가 좀 더 잘 소통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싶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투자자분들과의 소통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할 때에는 생각이 꼬꼬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서, 운전하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투자자 편지를 쓰고, 미션을 생각하고, 프로덕트를 생각한다. 그러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기쁜 마음으로 응대한다. 그러다 다시 프로덕트 생각을 하다가, 투자 생각을 하다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나 생각하다가, 인터뷰 요청 답장 보내야지 하다가, 세무사 소통해야 하는 거 생각하다가, 사업 계획서 생각하다가, 사업 지원서 쓰다만 거 생각하다가, AI 어떻게 도입할지 생각하다가, 다시 오늘 저녁 약속 생각하다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생각하다가, 회사의 미션을 생각하다가,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다가, 전략을 생각하다가, 팀원들과 전화를 하다가, BM 생각을 하다가, 자책을 하기도 하다가, 다시 코딩 생각을 한다. 이럴 때 친구들의 연락은 외로움에 위안이 되는 오아시스이다. 그렇지만 오아시스에도 물 마시러 갈 힘과 시간이 있어야 간다. ㅠㅜ 


머리가 복잡할 때는 게임으로 머리를 비우려고 할 때도 있다. 그런데 한 30분 하고 나면 현타가 온다. 이거 할 시간이 있던가? 나중에 후회할텐데..


사업은 힘들다고들 하지만 사업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특히 "대표님"을 높이 보고 부러워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더더욱 그 모습이 왜곡된다. 힘들다고 말해도 그 정도 사업체가 힘든 거 당연한 거 아니냐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터놓고 얘기할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밤엔 잠이 잘 안온다.

제일 힘든 시간은 자는 시간이다. 하루종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하고 일을 하고 나면 침대에 누워도 온갖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유튜브를 귀에 꽂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슬립 트레이너들이 가장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 뭘 들으면서 자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조용한 클래식도 아니고 정보를 주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조용한 명상 음악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회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다가 옛 친구들 앞에 서면, 나는 이전에 나와 꽤나 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성숙했다는 것도 아니고, 더 멋진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혼자만의 버블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여친에게 매주 차이는 느낌이랄까?

가장 비슷한 느낌이 여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의 느낌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계속 그 생각이 떠돌고, 뭘 해도 힘들고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상황. 그런데 여자 친구한테 차이면 술 마시고 뻗을 수나 있지, 사업가는 술 많이 마시고 뻗으면 회사가 같이 뻗을 수도 있다. ㅠㅜ 그리고 안 그래도 극한으로 몸을 쓰고 있는데 술을 많이 마시면 몸이 금방 망가져버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 사업가라고 하면 "대표님!"이 아니라, 많은 경우에 불쌍한 눈으로 쳐다본다. ㅋ 어떤 미션을 가졌길래 그 힘든 길에 들어섰는지 물어본다. 한국에서는 아직 사장님 문화도 남아있고 스타트업 대표라는 직업이 아직 꽤나 미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사업가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꿈을 갖고 도전하고 있는 처절한 전장에 있는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성공한 사업가는 그에 맞는 인식이 필요하겠지만.


미드저니가 만든 스타트업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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