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앞에서 멈춰 섰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뒷사람들이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뒷사람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으니, 숨을 몰아쉬고 겨우겨우 비행기에 올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인형처럼 생긴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걸었다.
우울증에 공황장애가 있다고.
비행 중 패닉어택이 올 수 있다고.
그럴 땐 가방에서 이 약을 꺼내 달라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전화기와 메모지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나와 대화를 이어갔다.
항공사 소속 의사였다.
그녀는 적고 말하고, 적고 말하고를 반복했다.
내 병력을 전달했다. 약의 종류를 읽어줬다.
가장 최근의 패닉어택이 언제였는지도.
아주 분주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에게 끊임없이 차분한 눈빛을 보내면서.
수많은 승객 중 나 하나를 위해.
그녀가 전화기를 내밀었다.
비행을 할 수 있겠냐고, 의사가 젠틀하게 물었다.
모든 약이 준비돼 있고, 이륙 전에 먹고 잘 거라고 했다.
이거 이거 이렇게 먹고 자. 넌 해낼 수 있을 거야.
스튜어디스는 의사와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혹시나 내가 불편할까 봐였는지 나는 그 내용을 듣지는 못했다.
우리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도와줄게. 힘들면 언제든 나를 불러.
멀지 않은 곳에 내가 있을게.
그녀가 말했다.
시키는 대로 먹고, 잠들었다.
몇 시간 후, 누군가 나를 깨웠다.
밥이었다. 그리고 약 복용 안내. 의사 권장사항이지만 강요는 아니라고, 결정은 나에게 있다고 했다.
망설임 없이 먹고, 먹고, 잤다.
그렇게 서울에서 헬싱키까지, 14시간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이제 두 번째 허들을 넘어야 한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까지는 45분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스튜어드에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요정의 나라에 온 게 실감 났다. 요정이 말을 하다니. 요정의 언어가 영어였구나.
그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알지 못했다면 나의 안전도, 기내 모든 승객의 안전도 지킬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번에도 항공사 의사에게 연락이 갔고, 이번에도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이번에는 잠들지 않고 45분을 버텼다. 아니다, 그냥 시간을 보냈다. 힘들게 버티지 않아도 되었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오며 가며 다들 눈을 맞추며 물었다.
괜찮아요? 뭔가 해드릴 것이 없을까요?
부드럽게, 따뜻하게.
스톡홀름에 내렸다.
나는 가장 두려웠던 비행을 해낸 것이다.
나는 평소 사람보다 동물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오늘만은 사람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