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집에 갈 핑계가 없다

by 서희

"한식 먹구 가요. 오래 외국에 있는데."
그 말에 왈칵 눈물부터 났다.


공항이라는 곳은, 떠나는 사람한테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다.
작년 여름 나는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 세계로 이력서를 보냈다.

그 결과 나는 오늘 혼자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으로 가야 하게 되었다.
눈앞에 라면과 떡볶이가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식이다.


맛없으면 집에 가야지.


왜 맛있고 난리람.


커피를 샀다.


재떨이맛이 나면 집에 가야지.


왜 괜찮고 난리람.


출국심사에서 걸리면 집에 가야지. 노트북이랑 보조배터리 걸리면 집에 가야지. 짐이 한 번에 안 넘어가면 집에 가야지.


단 하나도 내 편이 아니었다. 모든 절차가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집에 갈 핑계를 찾는 사람은, 결국 집에 가지 못한다.


용감하게 돈을 써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다. 지금은 라운지에 앉아 글을 쓴다.


음식이 맛없으면 집에 가야지. 저 직원이 불친절하면 집에 가야지. 충전 케이블이 안 보이면 집에 가야지. 와이파이가 안 터지면 집에 가야지.


집에 갈 핑계가 없다.


용감했던 20대에 설렘만 가득하던 출국장이 두려움 가득한 생지옥이 되어버렸다. 그사이 나는 뭔가를 많이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지키고 싶은 게 많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곧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나는 작년 여름,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순간의 판단에 책임을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