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 올랐다. 머리가 여전히 지지직 거린다. 나의 10년 후...? 도저히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1년 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볼까. 나는 1년 뒤 누군가와 무얼 하고 있을까? 여전히 회사를 운영하고, 두 번째 어학연수를 떠나는 딸을 응원하고 있으려나? 다시 시작하려는 연애는 허점 투성이인데 그때쯤엔 안정기에 접어들려나? 곧 세상밖으로 나올 ESG경영서는 2쇄를 찍었을까. 덕분에 강연도 늘었고 운 좋게 TV에도 출연하기도 하려나. 처음 가보는 나라는 몇 개가 늘었으려나. 올해 처음 말위에 올라 초원을 거닐었는데,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승마를 배우고 있을까. 3kg 그램 정도만 빠져도 좋겠다고 늘 대뇌였는데 조금 더 날씬해져 있을까. 혹시 내 동생이 결혼할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합정, 망원, 서교, 홍대 주변만 운전할 수 있는 내 운전실력이 늘어 강남도 혼자 갈 수 있으려나. 얼굴 흉은 거의 지워져 있으려나. 부모님은 조금 연로해지셨지만 여전히 건강하실까. 나는 매일 한강을 걷고 라이딩하고 있을까. 1년 뒤도 혼자인 삶을 후회하지 않겠지.
나는 1년 전 누군가와 무얼 하고 있었을까? 1년 전 이맘때쯤 호주에 사는 베프가 망원동을 방문해서 즐거운 티타임을 갔었었다. 모 학회에서 발표를 했고, 3대가 모여 여행을 갔었다. PT를 열심히 받고 있었고,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딸아이를 괌에 보내야 하는지도. 지난 1년도 다가올 1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3년 뒤는... 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려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그날밤이 떠올랐다. 10년 넘게 나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사람과 한강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여기서 비즈니스를 더 확장해야 할까" "글쎄. 그건 너 하기 나름이겠지" "그런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하기도 싫어" " 혹시 생각했던 걸 모두 이룬 게 아닐까" "설마, 내가 이룬 게 뭐가 있다고" "어설프게 성공해서 그래" "어설픈 성공" "응. 어설픈 성공" 아... 섬광처럼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살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던 어떤 지점. 타인의 눈엔 계획적인 성공일 수 있지만... 내 방식대로 원하는 일, 원하는 일상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달해 있는 지금, 여기, 이곳.